임채진 검찰총장이 1일 새벽 굳은 표정을 한 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청사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임기 6개월 남기고 ‘임명권자 운명’ 열쇠 쥐어
수사팀·상층부 의견 조율…청와대 의중도 변수
수사팀·상층부 의견 조율…청와대 의중도 변수
그는 요즘 입을 앙다문 채 대검찰청 청사를 드나든다. 웃음기가 가신 얼굴은 석고상처럼 딱딱하게 굳어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소환된 지난 30일 출근길에도 그는 말을 하지 않았다. 임채진 검찰총장 얘기다.
임 총장은 노 전 대통령이 귀가하기 전인 1일에도 자정을 넘겨서야 청사를 나섰다. 한 검찰 관계자는 “1995년 ‘노태우 비자금’ 수사 때 당시 김기수 총장이 밤 11시를 조금 넘겨 퇴근한 적이 있지만, 이렇게 늦게 남아 있는 총장을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임 총장은 이날 조사 상황을 수시로 보고받고, 예우 문제 등 세세한 대목까지 챙겼다고 한다.
조사가 끝난 노 전 대통령의 ‘운명’은 임 총장의 판단에 맡겨졌다. 사전 절차의 하나로, 대검 중수부 수사팀은 1일 임 총장에게 “증거 인멸의 우려가 높은 만큼 구속수사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의견을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대검이 최근 취합한 일선 검찰청의 의견은 불구속 기소 쪽이 더 우세했다고 한다. 임 총장은 곧 그 자신이 만든 관행대로, 고등검사장급 이상 간부들의 의견을 두루 수렴할 것으로 보인다.
임 총장이 고려해야 할 요인은 이것만이 아니다. 청와대의 ‘의중’은 여전히 외면하기 어렵다. 그러나 최종 결정이 검찰 조직 전체에 미칠 파장도 생각해야 한다.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 구속 때와 달리 70%대(‘리얼미터’ 조사)로 나타나는 ‘불구속’ 여론도 무시할 수 없는 요소다. 법원이 구속영장을 발부할지도 미리 따져봐야 한다. 불구속 재판과 ‘공판중심주의’를 꾸준히 강조해온 최근 법원의 흐름이 검찰에 유리할지 불리할지 아무도 자신할 수 없다.
한 검사는 “수사팀이 수사를 잘해놨다고 자신하면 할수록, 법원은 오히려 증거의 대부분이 확보됐다는 판단 아래 영장을 기각할 수 있다”며 “만약 소명부족을 이유로 기각되면, 이번 수사는 물론 검찰 조직 전체가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 이는 예측이 불가능해서 더욱 문제”라고 우려했다.
임 총장은 이런 조건을 두루 고려해 노 전 대통령의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인지, 불구속 기소해 곧바로 재판에 넘길 것인지를 며칠 안에 정해야 한다. 한 검찰 간부는 “최종 결정을 100으로 보면 총장 몫이 50이고, 나머지 50 중에서 80이 중수부장, 8이 수사기획관, 7이 주임검사(중수1과장), 5가 기타 의견”이라고 했다. 어떤 결정을 내리든 책임은 그의 몫이다.
이번 주말, 임 총장은 그 어느 때보다 깊은 고뇌의 시간을 보낼 것으로 보인다.
김지은 기자 mirae@hani.co.kr
|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