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채진 검찰총장이 4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임 총장은 이날 오후 대검 중앙수사부로부터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최종 수사 보고서를 제출받았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100만달러|건호씨 유학자금 관련 ‘포괄적 뇌물죄’
500만달러|업체 전달 노트북 ‘재임중 인지’ 증거로
500만달러|업체 전달 노트북 ‘재임중 인지’ 증거로
홍만표 기획관 “참석자들 만족해하는 분위기”
임채진 검찰총장 등 대검찰청 간부들은 4일 오후 중앙수사부 수사팀한테서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최종 수사결과 보고를 받았다. 에이(A)4 15쪽으로 요약된 보고가 끝난 뒤 간부들과 수사팀 사이에 노 전 대통령 쪽의 △100만달러 △500만달러 △고액 명품시계 수수 혐의, 그리고 이 혐의와 대통령 직무의 관련성 등을 두고 두 시간 가까이 토론이 진행됐다.
검찰 지휘부는 100만달러와 500만달러, 명품시계의 경우 ‘포괄적 뇌물’로 판단해 기소하고 유죄 판결을 이끌어내는 데 별 지장이 없다는 수사팀의 견해에 상당 부분 공감한 것으로 전해졌다. 홍만표 대검 수사기획관은 “(참석자들은) 많은 의혹이 규명됐다며 만족해하는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이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을 통해 노 전 대통령 부인 권양숙씨에게 건넨 100만달러와 관련해, “노 전 대통령이 요구했다”는 박 회장의 진술과 노 전 대통령의 아들 노건호씨의 유학 자금에 초점을 맞춰, ‘포괄적 뇌물죄’가 성립한다는 판단을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박 회장이 노 전 대통령의 조카사위 연철호씨에게 건넨 500만달러 역시 뇌물로 보는 게 타당하다는 결론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서는 노 전 대통령이 개발한 인맥관리 프로그램 ‘노하우 2000’이 담긴 노트북이 노건호씨가 투자한 업체에 전달됐다는 점이 증거로 제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노건호씨가 아버지가 만든 프로그램을 상업화하려고 시도하는 과정 등에서 500만달러를 투자받았다는 구도다. 이는 노 전 대통령도 500만달러의 존재를 재임중에 알았다는 정황증거로 제시될 전망이다.
그러나 검찰은 정 전 비서관이 횡령한 혐의를 받는 대통령 특수활동비 12억5000만원과, 그가 2006년 박 회장한테서 받아 특수활동비와 함께 관리한 3억원은 노 전 대통령에게 책임을 묻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 기획관은 “보고에서 신병 처리에 대한 논의는 없었다”고 말했지만, 수사팀은 사실상 구속영장 청구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임 총장은 “노 전 대통령 쪽이 100만달러의 사용처를 밝히겠다는 뜻을 밝힌 만큼, 권씨에 대한 재조사 이후 신병 처리 방향을 정하자”는 뜻을 밝혔다고 홍 기획관은 전했다.
임 총장은 이날 오전 확대간부회의에서 “검찰의 독자적 판단”을 거듭 강조하며, 정치권과 언론이 신병 처리 방향을 예단하는 것에 경계심을 나타냈다. 임 총장은 “사회에 검찰의 결정을 존중하는 분위기가 조성됐으면 한다”며 “검찰은 수사의 착수, 진행, 결정에 독자성이 확보돼야 하고 정치적 중립성이 지켜져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달 30일 노 전 대통령을 소환한 검찰이 적어도 열흘 뒤에나 신병 처리 방향을 결정한다는 점에서 불구속 기소 가능성에 갈수록 무게가 실린다. 한편, 임 총장은 보고에 앞서 기자들에게 “마음에서는 평화가, 얼굴에서는 미소가 사라진 지 오래됐다. 제발 좀 빨리 찾게 해 달라고 중수부장에게 말했다”며 ‘고충’을 토로하기도 했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임 총장은 이날 오전 확대간부회의에서 “검찰의 독자적 판단”을 거듭 강조하며, 정치권과 언론이 신병 처리 방향을 예단하는 것에 경계심을 나타냈다. 임 총장은 “사회에 검찰의 결정을 존중하는 분위기가 조성됐으면 한다”며 “검찰은 수사의 착수, 진행, 결정에 독자성이 확보돼야 하고 정치적 중립성이 지켜져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달 30일 노 전 대통령을 소환한 검찰이 적어도 열흘 뒤에나 신병 처리 방향을 결정한다는 점에서 불구속 기소 가능성에 갈수록 무게가 실린다. 한편, 임 총장은 보고에 앞서 기자들에게 “마음에서는 평화가, 얼굴에서는 미소가 사라진 지 오래됐다. 제발 좀 빨리 찾게 해 달라고 중수부장에게 말했다”며 ‘고충’을 토로하기도 했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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