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사회일반

‘100만달러 쓴곳’ 막판 힘겨루기

등록 2009-05-05 19:45

검찰 ‘포괄적 뇌물죄 적용’ 좀 더 자신감
노 전대통령 ‘구체적 소명’땐 상황 복잡
노무현 전 대통령을 어떻게 할 것인지, 검찰의 ‘결론’ 도출이 미뤄지고 있다. 문제의 ‘100만달러 사용처’가 다 밝혀지지 않은 탓이다. 받은 돈을 어디에 썼는지는 범죄행위의 성립 여부에 직접 관련이 없는데도 검찰과 노 전 대통령 쪽은 이 문제를 두고 꽤나 긴 고민을 하고 있다.

검찰은 지난 4일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수사팀의 최종 수사 보고 내용이 ‘완벽하다’고 자평하고 있다.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이 600만달러 수수 사실을 재임중 알았는다는 증거가 충분히 확보돼 있다고 자신한다. 영장심사나 이후 본안재판에서 밀리지 않을 만큼 진술 등 증거를 손에 넣었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도 100만달러의 사용처를 확인해 제출하겠다는 노 전 대통령 쪽의 입장을 이유로 신병처리 판단을 미루고 있다. 조사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역설적으로 수사팀이 모은 증거가 충분하기 때문에 여유를 가지고 기다리겠다는 태도마저 엿보인다.

검찰은 전직 대통령이 소명을 하겠다는데 그것을 받아보는 게 합당한 예우라는 설명도 하고 있다. 결국 임채진 총장은 “100만달러 사용 내역을 받아 본 뒤 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하자”는 수사팀의 의견을 받아들였다고 한다. 검찰은 노 전 대통령 쪽에 ‘100만달러 사용처 확인이 언제쯤 가능하겠냐’며 재촉하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노 전 대통령 쪽은 권양숙씨에게 100만달러의 구체적 사용처를 캐물으며 소명 자료를 준비하고 있다. 문재인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권 여사의 말에만 의존할 수는 없어, 변호인들이 자료를 찾아보기도 한다”며 “가능한 한 빨리 사용처를 확인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변호인단은 한편으로 국가정보원 직원이 김만복 전 원장의 지시로 2007년 2월 미국에서 노건호씨가 이사할 곳을 알아봤고, 이런 정황이 100만달러 수수와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검찰의 관점과는 선을 긋고 나섰다. 문 전 실장은 “국정원이 그랬다는 것은 노 전 대통령으로서는 검찰 조사 때 처음 들었고, ‘뜻밖이다’라는 반응을 보였다”고 말했다.

100만달러 사용처 문제에 대해서는 노 전 대통령 쪽이 수세에 몰리는 모습도 엿보인다. 애초 노 전 대통령 쪽은 “100만달러 중 미국으로 간 것은 없다”는 입장이었지만, 2007년 6월29일 권씨가 이를 받은 뒤에 미국에 있던 노건호씨에게 돈이 송금된 게 계좌추적에서 드러났기 때문에 한 발 물러서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한 검찰 관계자는 “지난주만 해도 영장 청구는 둘째치고 노 전 대통령이 법정에서 무죄가 나오는 것 아니냐는 의견들도 있었다”며 “하지만 100만달러 사용처를 두고 벌어지는 공방을 보면 노 전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돌아가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 쪽이 검찰이 미처 확인하지 못한 대목에서 100만달러 사용처를 구체적으로 소명하고 나선다면 상황이 복잡해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검찰의 신중론에 이런 배경도 깔렸을 수 있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한편, 임 총장은 노 전 대통령 소환을 전후한 때부터 영장 청구와 관련해 일선 검찰 간부들의 의견을 취합해 왔다. 한 검사장은 “총장이 전화를 해 자신의 의견을 말하기보다는 주로 일선의 분위기를 듣는 입장이었다”고 전했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