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쪽 “대가 바랐다 진술 안했을것”
검찰 “포괄뇌물은 대가성 불필요”
검찰 “포괄뇌물은 대가성 불필요”
노무현 전 대통령과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 사이의 20년 후원 관계를 법원은 어떻게 판단할까. 검찰에게는 범죄사실의 입증과 별 관련 없는 이 대목이, 노 전 대통령이나 박 회장에게는 중요한 문제가 될 수도 있다.
노 전 대통령은 포괄적 뇌물죄로 기소가 점쳐진다. 이는 사업상의 특혜 등 ‘대가성’이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더라도 직무와 관련해 포괄적으로 돈을 받았을 때 적용된다. 수사팀 관계자는 6일 “포괄적 뇌물에서는 대가성 입증이 필요 없다”고 다시 한번 못박았다. 국정 전반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대통령의 직무는 그 폭이 매우 넓어서, 노 전 대통령이 재임중 600만달러의 존재를 알았다면 박 회장이 어떤 이권을 바랐다는 ‘대가성’은 전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는 대법원 판례도 마찬가지다. 특히 포괄적 뇌물죄에서는 ‘다른 사람들과 비교해 불이익을 받지 않게 해달라’는 식으로 돈을 건넸어도 범죄가 성립된다.
반면, 노 전 대통령 일가와 박 회장 사이의 오랜 후원 관계는 도덕적으로 비난받을 수는 있지만 법정 싸움에서는 양쪽 모두에 포괄적 뇌물수수·공여 혐의를 ‘희석’시키는 소재로 활용될 수 있다. 박 회장 쪽 변호를 맡은 공창희 변호사는 “박 회장은 자신이 건넨 돈에 대해 대가성이나 직무 관련성이 있다, 없다 말할 위치가 아니다. 그것은 검찰과 법원이 판단할 문제”라면서도, 두 사람이 오랫동안 후원 관계를 유지해 왔다는 ‘특수 관계’를 강조하고 있다.
공 변호사는 “박 회장이 ‘구체적인 대가를 바라고 돈을 건넸다’고 검찰에 진술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노 전 대통령과 20년 지기인 박 회장이 돈을 건네며 굳이 그런(대가) 말을 할 이유가 없다. 게다가 대가를 바라고 줬다는 것은 박 회장 스스로에게도 불리한 진술”이라고 말했다. 이는 노 전 대통령에게도 마찬가지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은 기업들로부터 돈을 갈퀴질 한 반면, 노무현 전 대통령은 수십년 후원자한테서 돈을 받았다는 점이 다르다”고 말했다.
수사팀이 ‘대가성 입증은 필요 없다’면서도 박 회장의 베트남 화력발전사업 수주나 경남은행 인수 등 ‘구체적 대가성’을 파고드는 것도 이 때문일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대통령의 ‘직무’와 관련된 구체적 사례를 찾아내 ‘대통령은 모르는 관행적 후원 관계’였다는 노 전 대통령 쪽 논리를 깨려 한다는 것이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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