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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다문화 무럭무럭…‘소통의 텃밭’ 아세요?

등록 2009-05-10 19:20수정 2009-05-10 23:02

베트남 출신 결혼이주여성 탄호아씨(27·왼쪽)와 당미래씨(28)가 10일 오전 경기 성남 금토동 원예체험장에서 자녀들과 함께 고추 모종에 물을 주고 있다.  성남/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베트남 출신 결혼이주여성 탄호아씨(27·왼쪽)와 당미래씨(28)가 10일 오전 경기 성남 금토동 원예체험장에서 자녀들과 함께 고추 모종에 물을 주고 있다. 성남/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성남시 농기센터, 다문화가정 주말농장 운영
베트남출신 12가구 “향수병 날리고 이해 얻어”
용한승(42)씨가 소매를 걷어붙이고 상추씨를 뿌리자, 그 뒤로 밀짚모자를 눌러쓴 부인 탄호아(27)씨가 물을 뿌리기 시작했다. 딸 빛나(4)도 작은 물뿌리개를 들고 엄마 아빠를 도왔다. 일주일 앞서 씨를 뿌려놓은 코와, 라우봉, 몽뚜오이, 라우훼, 다우웨 등 10여가지 베트남 작물들은 파랗게 싹이 올라와 있었다.

10일 오전 11시 경기도 성남시 금토동에 있는 농업기술센터 원예체험장은 한국과 베트남 채소를 심는 손길로 분주했다. 이날 체험장에는 용씨 가족을 비롯해 베트남 출신 엄마가 있는 다문화가정 12가구 33명이 모였다. 성남시 농업기술센터는 2만3000㎡ 정도의 원예체험장 가운데 1000㎡를 이들의 주말농장을 위해 준비했다. 이문식 농업기술센터장은 “한국 채소와 베트남 채소를 함께 기르면서 두 문화간 소통을 넓혀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주말농장 아이디어는 성남시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운영하는 ‘배우자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남편’들에게서 나왔다. 얼마 전까지 베트남 식품점을 운영했다는 배경남(48) 베트남가족자조모임 회장은 “베트남 채소 가격이 워낙 비싸서 직접 기르는 게 낫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했다”며 “베트남 음식을 그리워하는 아내의 향수를 달래고 농사를 지으면서 아이들과 함께 베트남에 대해 이해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라고 말했다.

문영보 성남시 다문화가족지원센터장은 “베트남 부인이 한국 문화를 배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남편들도 베트남의 문화와 전통을 배울 필요가 있다”며 “주말농장에서 아이들이 베트남 채소와 문화를 배우면서 어머니 나라에 대한 자부심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시도들은 작지만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2004년 1월 한국으로 건너와 배 회장과 결혼한 당미래(28)씨는 한국에 온 지 5년이 지났지만 한국말이 서툴다. 한국의 매운 음식도 여전히 익숙하지 않다. 아이에게 자신의 서툰 한국말이 전해질까봐 아이와의 대화도 자신있게 하지 못했다. 말이 서툰 탓에 오해가 생겨 남편과 다투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당씨는 주말농장을 시작하면서 자신감이 조금씩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당씨는 “베트남 채소의 이름과 용도를 가르쳐주면서 나도 무엇인가 가르쳐줄 수 있다는 사실이 기뻤다”며 “그동안 부끄럽게 생각했던 베트남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당씨는 “앞으로 이 채소를 가지고 가족들에게 베트남 음식도 만들어주고, 아이에게 베트남어도 가르쳐줄 생각”이라고 말했다.

함께 농작물을 가꾸던 이들 다문화가정 식구들은 점심시간이 되자 그늘로 모였다. 2년 전 베트남 부인과 결혼한 박종웅(43)씨는 “그동안 다문화가정들이 서로 만날 기회가 부족했다”며 “남편들과 아내들이 각각 따로 만나 불만을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렇게 낮에 모여 베트남 농사 지으니 서로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송채경화 기자 kh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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