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쪽 주장 대치…진실 드러날땐 한쪽 치명적 타격
새롭게 드러난 ‘40만 달러’
검찰이 12일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의 돈 600만달러 이외에 40만달러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딸 노정연씨에게 전달됐다고 밝힘에 따라, 이 40만달러가 막바지에 이른 노 전 대통령 수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검찰은 이 새로운 40만달러가 앞서 드러난 600만달러(500만달러+100만달러)와 비슷한 성격을 띠고 있다고 보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씨의 부탁으로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이 박 전 회장한테 요청했다는 점은 100만달러와 조성 과정이 같다. 박 전 회장의 홍콩 에이피시(APC) 계좌가 돈의 출처라는 점은 500만달러와 흡사하다. 검찰은 “권씨를 상대로 이 돈의 사용처를 조사하고, 노 전 대통령이 이를 알고 있었는지도 확인할 것”이라고 밝혀, 노 전 대통령의 포괄적 뇌물수수 혐의에 이 돈을 추가할 뜻을 내비쳤다.
노 전 대통령의 신병 처리 결정을 코앞에 두고 추가 혐의가 공개된 것을 두고는 검찰의 전략으로 해석하는 시각이 많다. 수사팀은 “에이피시 계좌 내역을 추적하다가 며칠 전 추가로 발견했다”고 말하지만,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려운 면이 있다. 검찰은 이미 한 달 전에 에이피시 계좌 내역을 건네받아 노정연씨의 계좌를 살펴봤고, 문제의 40만달러가 미국 뉴저지의 160만달러짜리 아파트 계약금으로 사용된 사실을 확인했다. 검찰로서는 100만달러 사용처에 대한 노 전 대통령 쪽의 해명이 미흡하다고 판단되자, 숨겨둔 ‘카드’를 꺼내든 것일 수 있다. 그동안 100만달러 사용처를 두고 양쪽이 날카로운 신경전을 벌여왔다는 점도 이런 분석을 뒷받침한다.
반면 노 전 대통령 쪽은 지금껏 밝히지 않았던 100만달러의 사용처까지 자세히 설명하며 사활을 건 해명에 나섰다. 노 전 대통령의 변호인단은 “노정연씨가 송금받은 40만달러는 권씨가 2007년 6월에 받은 100만달러의 일부이며, 따라서 권씨가 청와대에서 달러로 받은 돈은 실제로는 60만달러”라고 설명했다. 변호인단은 또 “계약금을 지불한 집은 노건호씨가 살 집을 노정연씨가 대신 처리해 준 것인데, 나중에 건호씨가 반대해 집을 구입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변호인단의 이런 반박에 검찰은 “청와대 관저에서 전달된 돈은 100만달러이고, 이에 대해선 박 전 회장과 정 전 비서관이 일치된 진술을 하고 있다”고 일축했다. 또 100만달러는 박 회장의 국내 계좌에서 나와 달러로 환전됐고, 40만달러는 에이피시 계좌에서 곧바로 미국 계좌에 이체됐다고 강조했다. 노 전 대통령 쪽이 100만달러 사용처와 관련해 검찰이 알고 있는 사실과 다르게 해명해오자, 수사팀이 지난 11일 노정연씨를 불러 조사한 뒤 40만달러의 존재를 공개하는 강수를 둔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노 전 대통령 쪽으로서는 정 전 비서관과 박 전 회장이 권씨에게 100만달러를 건넸다는 진술을 유지하는 한 나머지 사용처를 밝혀야 하는 부담을 여전히 지고 있는 것이다.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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