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남부지법 단독판사들 ‘사퇴 요구’ 등 논의
이 대법원장, 신 대법관 엄중경고…징계위 회부안해
이 대법원장, 신 대법관 엄중경고…징계위 회부안해
이용훈 대법원장이 13일 ‘촛불 재판’에 개입한 신영철 대법관에게 ‘엄중 경고’ 조처와 함께 유감의 뜻을 밝히고, 신 대법관은 사과문을 발표했다. 그러나 서울중앙지법과 서울남부지법 단독판사들은 신 대법관이 자진사퇴하지 않는 데 반발하며 14일 판사회의를 강행하기로 하는 등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이 대법원장은 이날 발표문을 내어 “신 대법관이 재판의 내용이나 진행에 관여한 것으로 인식될 수 있는 부적절한 행동을 한 데 대해 엄중히 경고했다”고 밝혔다. 이 대법원장은 “신 대법관의 행동으로 인해 법관들이 마음에 상처를 받고 재판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손상되는 결과가 초래된 점에 대해 유감”이라며 “이번 일을 계기로 법관의 재판상 독립이 보장되도록 법관들과 함께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이 대법원장은 이날 오전 신 대법관을 집무실로 불러 대면 경고를 했다. 이는 지난 8일 대법원 공직자윤리위원회가 ‘경고 또는 주의 처분’을 권고한 데 따른 것으로, 대법원장이 대법관에게 경고 조처를 한 것은 사법사상 처음이다.
신 대법관은 이날 오후 법원 내부통신망에 사과문을 올려 사법부 구성원들에게 사과했다. 그는 “법관들의 마음에 상처를 주고 재판에 대한 국민의 신뢰에 손상을 초래했다는 점에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나름대로 최선의 사법행정을 한다는 생각에서, 또 법관들도 제 생각을 이해해 주리라는 믿음에서, 재판의 진행에 관한 의견을 피력하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신 대법관은 그러나 “이번 사태를 통해 얻게 된 굴레와 낙인은 이 자리에 있는 동안, 아니 남은 일생 동안 짊어지고 갈 수밖에 없는 짐”이라고 밝혀, 사퇴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는 대국민 사과를 하지는 않았다.
이에 대해 서울중앙지법 단독판사회의(의장 이성복 판사)는 지난 12일부터 돌린 ‘단독판사회의 소집요구서’에 전체 단독판사 116명 가운데 85명이 서명해, 예정대로 14일 오후 회의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사법 독립을 위한 제도적 장치’ 등을 공식 안건으로 논의하는 한편, 긴급제안을 통해 신 대법관에 대한 용퇴 촉구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다.
서울남부지법 단독판사들도 13일 회의 소집을 위한 서명 작업을 벌이고 14일 오후 판사회의를 열기로 했다. 부산지법과 서울북부지법 판사들도 이번주 안에 판사회의나 간담회를 열어 이번 사태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일부 판사들은 이날 신 대법관의 사퇴를 요구하는 내용의 연판장 회람을 논의했으나, 판사회의 결과를 지켜보자는 취지에서 일단 보류하기로 했다.
한편, 대한변호사협회는 이날 성명을 내어 “대법원장이 대법관에게 경고와 유감을 표명한다는 것은 우리 사법사상 초유의 사건으로, 경위야 어떻든 명예와 신뢰가 생명인 법원의 위신과 권위에 크나큰 상처를 입혔다”며 “신영철 대법관은 스스로 거취를 결정함으로써 법원의 신뢰와 권위가 회복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법조인으로서의 도리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노현웅 송경화 기자 goloke@hani.co.kr
노현웅 송경화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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