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찬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의 세무조사 무마 로비 의혹과 관련해 17일 오후부터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사에서 조사를 받은 뒤 자정을 넘겨 귀가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검찰, 7억 마련위해 천신일쪽 접촉 확인…“재소환”
‘박연차 전 회장과 친분’ 김종로 부산고검 검사 조사
‘박연차 전 회장과 친분’ 김종로 부산고검 검사 조사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부장 이인규)는 18일 박연차(64·구속 기소) 전 태광실업 회장한테서 ‘대가성 금품’을 받은 혐의로 김종로(48·사법시험 27회) 부산고검 검사를 불러 조사했다. 박 전 회장과 같은 경남 밀양 출신인 김 검사는 부산지검 특수부장과 창원지검 공안부장 등으로 부산·경남 지역에 오래 근무하며 박 전 회장과 친분을 맺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김 검사가 박 전 회장한테서 받은 1000여만원이 구체적인 청탁의 대가인지 조사했다. 검찰은 이날 조사에서 김 검사한테서 피의자신문조서를 받아 뇌물수수 혐의로 처벌할 방침임을 내비쳤다. 김 검사는 밤늦게 귀가했다. 검찰은 지난주 조사를 받은 민유태(53·24회) 전주지검장에 대한 법률 검토가 끝나는 대로 민 지검장과 김 검사의 처벌 여부와 수위를 결정하기로 했다. 검찰은 이번주에 박 전 회장의 돈을 받은 의혹이 있는 부산 지역 전·현직 판사와 전직 경찰 간부 등도 잇따라 소환할 계획이다.
검찰은 또 지난 17일 불러 조사한 이종찬(63)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관련해 “조사가 충분하지 않아 2~3일 내로 다시 한번 소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지난 14일 조사를 받은 이 전 수석의 동생도 19일 다시 불러 조사하기로 했다.
수사팀은 이 전 수석이 검찰을 떠난 뒤인 2003년 3월 박 전 회장한테서 7억원을 받았는데, 이 돈의 행방을 추적한 결과 이 전 수석의 해명과 다른 대목이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이 전 수석은 그동안 “동생이 박 전 회장한테서 7억원을 빌렸고, 이 중 5억4000만원을 변호사 사무실 개업 비용으로 썼다”며 “2008년 2월 동생이 이자까지 더해 빚을 모두 갚았다”고 말해왔다.
그러나 검찰은 이 전 수석 쪽이 지난해 초 박 전 회장에게 갚았다는 7억원의 출처를 의심하고 있다. 홍만표 대검 수사기획관은 “빚을 갚았다고 하더라도 그 돈을 어디서 마련했는지, 어떤 방식으로 돌려줬는지를 규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실상 갚지 않았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는 셈이다.
수사팀은 이 전 수석이 청와대 민정수석 내정을 앞둔 2008년 1월, 공직자 인사 검증을 앞두고 급하게 이 채무를 정리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6년간 이자도 주지 않은 돈을 갚아야 할 사정이 생긴 것이다. 검찰은 당시 이 전 수석이 채무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돈을 박 전 회장의 지인이나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 쪽에서 지원한 정황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노무현 전 대통령의 딸 노정연씨가 계약금 45만달러를 건넸다는 미국 뉴저지의 집을 둘러싼 수사는 여전히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홍 기획관은 “계약서 사본을 갖고 있는 집주인 임아무개씨가 4~5일째 연락이 안 되고 있다”며 “협조가 안 될 경우 마냥 기다릴 수는 없다”고 말했다. 지금 상태로 권양숙씨를 다시 불러 조사한 뒤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처벌 수위를 결정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홍 기획관은 이어 “45만달러가 송금됐다는 계좌 내역을 확인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집주인 임씨의 협조가 없으면 국제 형사사법 공조 절차를 밟겠다”고 덧붙였다.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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