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 금품전달과는 다른 형태로 대가”
85억 조세포탈 혐의는 사실상 조사 마쳐
천씨 반발 “내가 잘못되면 대통령도…”
85억 조세포탈 혐의는 사실상 조사 마쳐
천씨 반발 “내가 잘못되면 대통령도…”
검찰은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에게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의 ‘알선수재’와 ‘조세포탈’ 등 두 가지 혐의를 두고 있다고 밝혔다. 검찰은 그동안 확보한 증거를 바탕으로 천 회장의 구속영장 청구를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검찰은 “지난해 7월 태광실업 세무조사가 시작된 이후 박 전 회장 쪽에서 천 회장한테 금품이 건너간 단서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태광실업 세무조사가 개시된 뒤 박 전 회장의 돈이 천 회장에게 건네졌는지에 명확한 답을 내놓지 않던 이전 태도와는 사뭇 다르다. 박 전 회장이 오래전부터 천 회장을 후원했기 때문에 로비의 대가성을 입증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빗나간 셈이다. 고향(경남 밀양)이 같은 두 사람은 30년 이상 의형제 관계를 맺어온 것으로 유명하다. 박 전 회장은 천 회장을 ‘형님’으로 깍듯이 모시며 그의 도움을 받아 오늘의 태광실업을 일군 것으로 알려졌다.
홍만표 대검 수사기획관은 그러나 “오랜 친분관계가 있다 하더라도 (구체적 사안과 관련해) 청탁을 하면 금전적 이익을 줄 수밖에 없다”며 알선수재 혐의 입증에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다만, 천 회장과 박 전 회장이 오랜 세월 이런저런 거래를 해왔기 때문에 일반적인 금품 전달과는 다른 형태로 ‘대가’가 건네졌다고 전했다. 박 전 회장이 세무조사 무마 청탁을 하면서 천 회장한테 받을 빚 수억원을 탕감해준 사실을 확인했다고 한다. 직접적인 금품수수가 아니라 금전적 이득을 안겨줬다는 설명이다.
수사팀은 2008년 7월에 열린 세무조사 무마 대책회의에도 주목하고 있다. 검찰은 천 회장과 김정복 전 중부지방국세청장, 이종찬 전 청와대 민정수석 등이 참여한 이 회의에서 참석자들이 각자 몫을 나눠 맡은 것으로 보고 있다. 천 회장은 이 대책회의를 주도한 대가로 박 전 회장에게 진 빚을 탕감받았을 가능성이 크다. 검찰은 이미 통화기록 분석과 한상률 전 국세청장 및 국세청 조사팀 관계자들의 진술을 통해 천 회장 및 다른 참석자들의 구실을 모두 파악한 상태다.
85억원에 이르는 조세포탈 혐의도 조사가 사실상 끝난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증여세 포탈을 핵심 혐의로 보고 있다. 천 회장이 2003년 나모인터랙티브를 인수하고 2006년 이 회사를 세중나모여행과 합병시키면서 자녀들에게 편법으로 재산을 증여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 과정에서 박 전 회장이 천 회장을 위해 차명 주식거래를 했다는 점도, 결국 지난해 천 회장이 세무조사를 받게 된 박 전 회장을 위해 나서게 된 동기라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
한편, 천 회장 쪽이 이번 수사에 반발하고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천 회장은 최근 <신동아>와 한 인터뷰에서 “내가 잘못되면 친구인 대통령도 모양이 좋은 건 아니다”라며 이명박 대통령이나 그 주변 인사들에게 ‘경고성 구원 요청’으로 들릴 만한 발언을 했다. 핵심 로비 대상인 한 전 청장이 국내에 없고, 세무조사 무마 대책회의 참석 당사자들이 일단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는 점도 검찰이 풀어야 할 숙제다.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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