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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검찰, 천신일이후 ‘또다른 실세’까지 겨눌까?

등록 2009-05-20 08:29수정 2009-05-20 09:06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한테서 돈을 받은 혐의로 대검찰청에 소환된 부산고검 김종로 검사(가운데)가 19일 새벽 조사를 마치고 서울 서초동 대검 청사를 나서고 있다. 김 검사는 기자들의 질문에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연합뉴스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한테서 돈을 받은 혐의로 대검찰청에 소환된 부산고검 김종로 검사(가운데)가 19일 새벽 조사를 마치고 서울 서초동 대검 청사를 나서고 있다. 김 검사는 기자들의 질문에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연합뉴스
수사팀 관계자 “천신일 다른 역할도 할수 있었을 것” 여운
한상률 전 국세청장 직접조사 필요성…검찰 소극적 태도
이명박 대통령의 오랜 친구이자 막후 실세로 통했던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이 결국 ‘박연차 태풍’을 피하지 못했다. 대선 1등공신으로 꼽힐 만큼 이 대통령의 집권에 기여했지만, 박 전 회장과 맺은 수십년 인연이 자기 발목을 채우는 족쇄가 됐다.

검찰이 천 회장의 처벌 방침을 확실히하면서, 이제 시선은 수사가 이쯤에서 마무리될지 아니면 또다른 정권 실세를 겨눌 것인지로 옮겨가 있다. 검찰이 미국에 체류중인 한상률 전 국세청장을 불러 조사하지 않고 전자우편 조사로 대신한 것을 두고 적절성 논란이 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 전 청장은 19일 검찰에 보낸 20여쪽 분량의 진술서에서 천 회장에게서 세무조사 무마 로비를 받았다고 시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직적으로 이뤄진 로비의 실체가 조금씩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수사팀 관계자는 “한 전 청장한테서 의미 있는 진술을 확보했다”며, 한 전 청장은 천 회장이 직접 전담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검찰의 설명을 종합하면, 박 전 회장의 부탁을 받은 천 회장이 한 전 청장 등 세무조사 지휘라인에 여러 차례 전화를 걸어 ‘태광실업을 잘 봐 달라’는 취지의 부탁을 했지만 결과적으로 청탁이 먹히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수사팀 관계자는 “세무조사 쪽은 전문가인 김정복 전 중부지방국세청장이 맡았다. 천 회장은 다른 역할도 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른 역할’이란, 여권 핵심 쪽에 대한 천 회장의 영향력과 관련 있는 것으로 보인다. 천 회장은 대통령의 최측근이라는 특별한 위치를 이용해 민간기업인 포스코 사장 선임에까지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권 핵심 등에 줄이 닿는 곳이 많다는 방증이다.

이런 천 회장이 ‘국세청장 유임’을 미끼로 한 전 청장 쪽에 로비를 하며 여권 핵심인사를 동원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수사팀은 ‘천 회장과 통화를 한 배경에 국세청장직 유임 목적도 있었지 않으냐’고 물었지만, 한 전 청장은 이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전 청장은 국세청장 교체설이 나돌던 지난해 12월, 이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의 측근들과 골프를 치고 회식을 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이런 맥락과 관련해 이상득 의원이 추부길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한테서 세무조사 무마 부탁 전화를 받은 사실 등까지 고려하면, 한 전 청장에 대한 직접조사 필요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검찰은 “참고인 신분이라 달리 방법이 없다”며 한 전 청장 소환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로비를 거절했다’는 한 전 청장의 답변은, 이번 사건을 일찌감치 ‘실패한 로비’로 규정한 검찰의 입장과도 맞아떨어진다.

수사팀은 “천 회장 의혹과 관련해 광범위하게 보고 있다”고 밝혔지만, 수사의 폭은 박 전 회장과 천 회장, 한 전 청장 주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가지를 뻗지 못한 채 천 회장 선에서 수사가 멈출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는 것이다.

천 회장이 대선 직전 이 대통령이 한나라당에 낸 특별당비 30억원의 보증을 섰다는 사실 등 이미 제기된 여러 의혹들에 대해 검찰이 시원한 답을 내놓지 못하면, 이번 수사도 여론 무마용에 그쳤다는 비판을 피해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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