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주민들의 의사를 제대로 묻지 않은 채 올린 구의원들의 의정비를 반환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2006년 처음 도입된 주민소송에서 승소 판결이 나오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재판장 서태환)는 20일 서울 도봉·양천·금천구 주민 14명이 구청들을 상대로 낸 부당이득 반환 청구 주민소송에서 “구청들은 구의원들에게 절차상 위법이 있는 월정수당 인상분의 반환을 청구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이 판결이 확정되면 의원 1명당 도봉구는 2136만원, 양천구는 1915만원, 금천구는 2256만원씩 모두 8억7천만원을 환수해야 한다.
서울 구의회들은 2007년 말 월정수당을 대폭 올리는 방식으로 구의원의 연간 총급여를 3000만원대에서 5000만원대로 올렸다. 이에 주민들은 구의회들이 부적절한 설문조사를 근거로 의정비를 올렸다며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각 구의회의 월정수당 심의위원회는 월정수당 인상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설문조사 문항을 변경하거나, 인터넷 사이트 방문자는 누구나 횟수 제한 없이 조사에 참여하게 하는 등 신뢰할 수 없는 조사를 진행했다”며 “이런 방식은 주민 의사를 왜곡할 가능성이 있어 지방자치법 시행령이 정한 의견 수렴 절차의 실질적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밝혔다.
도봉구 의회의 서면조사에서는 월정수당이 350만~400만원이 적절하다는 의견이 5.7%에 불과했던 반면, 인터넷 조사에서는 이런 의견이 절반에 가까운 48.7%로 나타나기도 했다. 재판부는 또 “월정수당 대폭 인상은 지방자치단체의 재정능력·물가인상률·의정활동 실적 등을 고려하도록 규정한 지방지차법 시행령에도 어긋난다”며 이들 3개구의 구의회 조례가 무효라고 판단했다.
주민소송제는 지방자치단체의 위법한 재무·회계 처리를 주민이 소송으로 바로잡도록 하는 제도다. 법무법인 공감의 김영수 변호사는 “이번 판결은 지방자치단체의 위법한 예산회계 처리에 대한 적극적 감시활동을 촉진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법원에서는 서울 성동구의회의 월정수당 인상과 경기도 수원시의 공무원 초과근무수당 수령에 대한 주민소송도 진행되고 있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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