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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법학자들 “도심집회 금지는 위헌”

등록 2009-05-21 20:02수정 2009-05-22 00:19

“규모와 장소만으로 집회금지는 과잉 통제”
시민단체 “헌법소원 내고 불복종운동 펼것”
정부가 노동계 파업 등을 이유로 ‘도심 집회’를 금지한 것에 대해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인 집회의 자유를 옥죄는 위헌적 조처’라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정부의 방침이 관철되면 1970~80년대 권위주의 시대처럼 집회 개최가 사실상 허가제로 후퇴해, 자유로운 의사표현이 제약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관련기사 3면

참여연대·민주노동당 등 80여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민주주의 수호, 공안탄압 저지를 위한 시민사회단체 네트워크’는 21일 성명을 내어 “국민이 주권을 행사하는 귀중한 소통 통로이며 정치과정에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민주시민의 권리인 집회·시위의 자유를 막는 것은 위헌”이라며 “정부의 도심 집회 금지 방침에 헌법소원을 내고 전면적인 ‘불복종 운동’에 돌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태욱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집회의 구체적 위험이 명백히 드러나기 전에 모든 집회를 장소와 규모만 기준으로 삼아 금지하겠다는 것은 과잉 통제로 위헌 소지가 매우 크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헌법재판소는 2003년 10월 대사관 등 외교기관 주변 100m 안에서 집회를 금지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조항에 대해 위헌결정을 내리면서 “집회의 금지와 해산은 집회의 자유를 보다 적게 제한하는 다른 수단을 모두 소진한 후에 비로소 고려될 수 있는 최종적인 수단”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집시법을 지나치게 자의적으로 해석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헌재는 1992년 1월 집회 금지 통고와 관련해 ‘현저히’, ‘사회적 불안’, ‘우려’ 등의 문구가 들어간 당시 집시법 조항에 위헌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당시 결정문에서 “막연한 표현을 사용해 국민의 집회·시위의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했다”고 밝혔다. 헌재의 결정으로 집시법의 집회 금지 관련 조문은 지금처럼 “집단적인 폭행·협박 등으로 공공질서에 직접적인 위협을 끼칠 것이 명백한 집회·시위”로 바뀌었다.

박근용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팀장은 “개정 조항은 시민의 기본권을 제한할 때 ‘명백’과 ‘현존’의 원칙에 따라야 한다는 것을 표현한 것”이라며 “이런 판단이 가능하려면 집회 예정 장소에 쇠파이프·화염병 등이 돌아다니는 정도의 위험이 확인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집회 금지 방침으로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가 1970~80년대 수준으로 뒷걸음질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민주화 이전까지 집시법은 명목상 ‘신고제’의 틀을 유지했지만, ‘재판에 영향을 미칠 염려가 있는 집회’, ‘헌법의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되는 집회’ 등을 금지·해산 대상으로 명시했다. 심지어 ‘관공서의 업무에 방해가 될 수 있는 집회’까지 금지 대상이었다.

이런 우려는 벌써 현실로 나타났다.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평통사)은 1999년 10월부터 이달까지 매달 한 차례씩 서울 광화문 케이티 사옥 앞에서 ‘반미 연대 집회’를 열어왔지만, 21일 ‘다른 집회가 잡혀 있다’는 이유로 갑자기 금지 통고를 받았다. 유영재 평통사 미군문제팀장은 “116차례나 평화적으로 진행됐던 집회가 불허됐다”며 “우리 사회가 1970년대로 돌아간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평통사는 서울지방경찰청에 이의신청을 내고, 이것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집회 금지를 취소하라는 내용의 행정소송을 내기로 했다.


오동석 아주대 법대 교수는 “집회의 자유는 국가정책에 불만을 갖는 사람들이 공동의 의사표현을 해 개인이 사회로부터 고립되는 것을 막는 매우 중요한 기본권”이라며 “사회적 갈등을 합리적으로 조정하기 위해 국가는 국민이 무슨 얘기를 하려는지 들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비판했다.

길윤형 이경미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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