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등법원 배석판사들이 촛불재판에 개입한 신영철 대법관의 거취에 대한 의견 표명 문제 등을 논의하기 위해 21일 오후 서울 서초동 고등법원 회의실로 들어서고 있다.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서울고법 배석판사들이 21일 판사회의를 열어 신영철 대법관의 촛불재판 개입 행위가 “법관의 재판상 독립을 중대하게 침해했다”고 결론을 냈다.
이규홍 서울고법 배석판사회의 의장은 “신 대법관이 서울중앙지법 원장 재직 당시 구체적 사건에 관해 개입한 행위가 법관의 재판상 독립을 중대하게 침해하고 재판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훼손했다는 점에 인식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고등법원 중 규모가 가장 큰 서울고법에서도 부당한 재판 개입 행위라는 결의가 나옴에 따라 신 대법관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전망이다.
서울고법 배석판사 75명은 이날 오후 6시30분부터 4시간여 동안 열린 회의에서 신 대법관의 거취 문제도 토론에 부쳤으나 ‘논의 내용을 외부에 공개하는 적은 적절치 않다’는 다수 의견에 따라 더 이상 내용을 밝히지 않았다. 신 대법관의 거취에 대해 합치된 의견을 공표하지 않은 까닭은, 사실상 사퇴를 요구한 일부 법원들보다 낮은 수준의 결의가 나왔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법원 안팎에서는 서울고법 배석판사들이 다른 법원 단독·배석판사들보다 연차가 높은데다 법원행정처 출신이 많아 회의 분위기가 ‘절충적’으로 흘렀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서울고법을 포함해 지금까지 판사회의가 열린 곳은 전국 고등·지방 법원 26곳 중 16곳(61.5%)에 이른다. 이날 회의를 고비로 판사들의 집단적 움직임이 당분간 소강상태에 접어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사법부 일각에서 신 대법관이 판사들의 집단적 움직임이 잦아든 뒤에 자진 사퇴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는 가운데, 사태가 장기 교착 상태에 빠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판사는 “신 대법관 사퇴 촉구에 대한 전국 법관들의 공감대는 충분히 표현된 것으로 본다”며 “신 대법관의 태도에 변화가 없다면 갈등이 잠복기에 들어갈 수 있지만, 언제든 다시 표출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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