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엄사 소송의 ‘주인공’인 김아무개씨가 입원해 있는 서울 서대문구 연세의료원의 중환자실에서 22일 오전 의료진과 다른 환자 가족이 병실로 들어가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대법원 ‘존엄사 첫 인정’ 이후
지침 마련·윤리위 개편 놓고 “사회적 합의 절실”
환자·의사 95%이상 “사전의료지시서 작성 찬성”
지침 마련·윤리위 개편 놓고 “사회적 합의 절실”
환자·의사 95%이상 “사전의료지시서 작성 찬성”
국내에서 처음 존엄사를 인정하는 대법원 판결이 나옴에 따라 병원들은 저마다 방침을 만드느라 고민하는 모습을 보였다. 병원들은 “병원마다 연명치료를 중단하는 원칙이 다르면 곤란하다”며 “사회적 합의를 서둘러 공통의 원칙을 도출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냈다.
이미 ‘연명치료 중단 기준’을 발표한 연세의료원은 22일 세부 절차를 좀 더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병원 관계자는 “지금은 윤리위원회가 철학자, 의료법학자, 전문의 등 23명으로 구성돼 있는데, 이번 판결을 계기로 윤리위원회를 새로 구성해야 할 필요가 있는지 등을 살펴볼 것”이라고 밝혔다. 이대목동병원은 병원윤리위원회와 병원 법무팀이 존엄사와 관련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지를 고민 중이다.
서울아산병원은 2002년 대한중환자의학회가 만든 ‘임종환자 연명치료 지침’에 따라 연명치료 중단을 결정할 방침이다. 고윤석 서울아산병원 교수(대한중환자의학회장)는 “대법원이 밝힌 연명치료 중단 기준과 크게 배치되는 부분은 없다”며 “당분간 이 지침에 따라 결정할 방침이며, 사회적 합의에 따라 지침 수정을 논의하겠다는 태도를 보였다.
대다수 의료진들은 “공통의 기준 도출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김병수 고대안암병원 교수는 “이번에 판례로 인공호흡기를 떼는 문제가 법리적으로 인정된 것”이라며 “굉장히 많은 경우의 수가 생길텐데 어디까지를 존엄사로 봐야 할지에 대한 세부적인 기준이 시급하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명치료 중단을 미리 요청할 수 있는 ‘사전 의료지시서’에 대한 설명을 들은 대다수의 환자와 의사가 이 제도 도입에 찬성한다는 조사 결과도 이날 나왔다. 김훈교 가톨릭대 의대 성빈센트병원 내과 교수팀은 2007년 병원 호스피스 병동을 찾은 말기 암 환자 134명과 내과 전공의 97명을 대상으로 ‘사전 의료지시서’ 작성에 대한 인식도를 조사한 결과, 환자는 97%(130명)가 이 제도를 모르고 있었으나 설명을 들은 뒤에는 96%(128명)가 이에 찬성했다고 밝혔다. 내과 전공의는 응답자의 61%(59명)가 사전 의료지시서를 알고 있었으며, 98%(95명)가 이 제도에 찬성한다고 응답했다. 이 조사 결과는 <한국호스피스·완화의료학회지> 최근호에 실렸다.
이번 연구 결과를 보면, 또 환자의 59%(79명), 의사의 99%(96명)는 자신이 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말기 상태에 놓였을 때 무의미한 생명 연장을 위한 심폐소생술을 원치 않는다고 답했다. 또 환자의 63%(85명)와 의사의 77%(75명)는 본인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황일 때를 대비해 의료적 권한을 가진 법정대리인 지정에 찬성했다.
연구팀은 논문에서 “말기 암 환자와 의사 모두, 인생의 마지막을 결정짓는 도구로서 사전 의료지시서 작성에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다”며 “말기 암 환자에게 사전 의료지시서가 보편적이고 합법적인 의료 체계로 확립된다면 그들 인생의 마지막을 존엄하게 맺을 수 있는 선택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박수진 권오성 홍석재 기자 himtra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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