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총학생회 소속 학생들이 22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법원 앞에서 신영철 대법관의 자진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학생들은 성명서를 통해 “신 대법관의 탄핵 소추안 발의에 찬성하고, 소추안이 발의되기 전 신 대법관은 즉각 자진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지난 21일 서울고등법원 배석판사회의가 끝난 뒤 참석자들은 “신영철 대법관의 행위가 법관의 재판독립 침해라는 데 인식을 같이한다”는 회의 결과를 공표했다. 상당한 시간을 들여 논의한 신영철 대법관의 거취 문제에 대해서는 “의견을 밝히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앞서 열린 다른 지방법원 판사회의보다는 다소 조심스럽고 신중한 결론을 내린 셈인데, 참석자들은 22일 “격렬한 토론의 결과였다”고 전했다. 서울고법 배석판사들은 밤늦게까지 계속된 회의에서 신 대법관의 거취 문제를 놓고 두 차례 표결까지 하는 등 난상토론을 벌였다. 배석판사들의 의견은 크게 △거취 문제 논의 자체가 부적절하다 △대법관으로서 직무 수행이 부적절하다 △논의를 공개하지 않아야 한다는 등 세 갈래로 갈렸다. 1차 투표에서는 ‘직무 부적절’이라는 의견 표명을 할 것인지, 논의 결과를 비공개로 할 것인지로 선택지가 압축됐다. 판사들은 재투표까지 한 끝에 결국 “신 대법관의 거취에 대한 논의 여부 자체를 비공개로 하자”고 합의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한 배석판사는 “투표 결과, 논의를 비공개로 하자는 의견이 좀 더 많았다”며 “법원 전체 차원에서 볼 때 신 대법관이 등 떠밀리듯 나가는 것은 모양새가 좋지 않다고 본 것 같다”고 전했다. 하지만 법원 안팎에서는 회의의 세부적인 결과와 상관없이 서울고법 배석판사회의가 열렸다는 것 자체에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이 압도적이다. 회의가 가장 큰 규모의 고등법원에서 열린데다, 소장 판사의 맏형 격인 경력 12년차 이상의 배석판사들이 77명이나 한자리에 모여 신 대법관에게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회의에 앞서 이틀간 소집요구서를 돌렸을 때는 전체 105명 중 30명만 서명해 회의 개최 정족수인 과반(53명)에 미달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 보니, 전체의 70%가 넘는 77명이 직접 참석했고 불참한 판사 상당수도 위임장을 제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사태를 심각하게 보는 시각이 단지 젊은 소장 판사들에게 국한된 게 아니라는 점을 명확하게 보여준 것이다. 서울고법 판사회의가 여러 판사회의들 중에서 사실상 맨 뒤에 열린 것도 시사점이 적지 않다는 평가다. 회의에 참석했던 한 판사는 “고법 배석판사들이 회의를 연 것은, 당시의 재판 개입 행위뿐 아니라 다른 소장 판사들의 반발로 이어진 내부 상황에 대한 평가까지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고법의 한 배석판사는 “이번 사태의 확산을 원치 않았던 법원행정처 출신이 다수 포함돼 있었음에도 이런 결론을 냈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배석판사들이 보좌하고 있는 고등법원 부장판사들의 의중이 어느 정도 반영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들어 이날 회의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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