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온서적’ 헌법소원 사건 쟁점
[헌법소원 공개변론]
국방부 “부잣집 아들이 고급승용차 가져온다면 제한”
국방부 “부잣집 아들이 고급승용차 가져온다면 제한”
자의적 기준에 따라 베스트셀러들을 ‘불온서적’으로 지정하고, 이에 대해 헌법소원을 낸 군법무관들을 징계해 논란을 빚은 국방부가 헌법재판소 공개변론에서도 억지스런 논리를 펴다 힐난을 샀다.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는 25일, 국방부가 지난해 7월 <나쁜 사마리아인들> <대한민국사> <우리들의 하느님> 등 시판중인 책 23종을 ‘불온 도서’로 지정하고 영내 반입을 금지한 데 대해 당시 군법무관이었던 정아무개 전 중위 등 5명이 청구한 헌법소원 사건의 공개변론을 열었다.
청구인 쪽의 최강욱 변호사는 “국군이 목숨을 걸고 지킬 가치는 헌법이 정하고 있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라며 “법률과 헌법에서 정하지 않은 ‘불온 서적’ 소지·취득을, 내부 규정을 이유로 징계하는 것은 과도한 기본권 침해”라고 말했다.
반면, 국방부 쪽은 “군인의 기본권 제한은 헌법에 예정된 사항”이라며 맞섰다. 고석 육군본부 법무실장은 “영내에서 소지할 수 있는 물품은 군 지급품이 아니면 지휘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며 “군사대비 태세를 유지하기 위한 이같은 권한은 지휘관이 가진 명령권의 범위 안에 있다”고 주장했다.
국방부 쪽은 ‘지나친 우방국 비판 서적’도 ‘불온 도서’로 지정해야 한다고 강변해 재판부의 지적을 받기도 했다. 고 실장이 군인의 기본권 제한의 정당성을 주장하면서 “부잣집 아들이 걷기 귀찮다고 (영내로) 대형 승용차를 가져온다면 이를 제한할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하자, 이공현 재판관은 “지금 우리는 표현의 자유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며 어울리지 않는 비유를 꼬집었다.
정부법무공단의 서규영 변호사는 “군의 건전한 기풍과 단결을 해칠 수 있거나 우방국에 대해 지나치게 비판적인 도서가 ‘불온 도서’에 해당할 수 있다는 점은 누구나 예상할 수 있다”는 주장을 폈다. 국방부는 앞서 재판부에 낸 의견서에서 “비주류, 혹은 익숙하지 않은 이념이나 사상, 역사 등의 주제를 다룬 책을 읽기를 원하는 것은 양심의 자유의 보호 영역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했다.
국방부는 지난해 ‘군내 불온서적 차단대책(강구)’ 공문을 육해공군에 보내 △불온서적 취득 즉시 보고 및 기무부대 신고 △불온서적 반입 여부 일제 점검 △우편물 반입시 개봉 확인 등을 지시했다. 당시 군법무관 5명은 이런 조처가 알 권리와 행복추구권 등을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을 냈고, 국방부는 해당 법무관들을 파면하는 등 중징계했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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