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중간소비자에 대한 배상 책임 첫 인정
가격과 생산량을 담합한 밀가루 제조업체들이 중간소비업체에게 배상을 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최종소비자가 아닌 중간소비자에 대한 담합 업체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2부(재판장 변현철)는 27일 삼립식품이 “담합 업체들이 밀가루 가격을 올려 손해를 입었다”며 낸 소송에서 씨제이(CJ)제일제당은 12억3천여만원, 삼양사는 2억2천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밀가루 제조업체들이 판매량과 가격을 조정한 것은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담합행위로, 밀가루를 높은 가격으로 구매한 순간 제빵업체에는 손해가 발생한다”며 “제빵업체가 밀가루 원료 제품의 가격을 인상해 하위 구매자인 소비자에게 손해를 전가할지 여부는 손해를 산정하는 데 영향을 미칠 수 없다”고 밝혔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06년 씨제이제일제당과 삼양사 등 시장지배적 밀가루 제조업체 여덟 곳이 2001년부터 5년간 조직적으로 밀가루 공급량과 가격을 담합한 사실을 밝혀내고 400억원대의 과징금을 부과한 바 있다. 이번 판결이 확정되면, 밀가루 등 담합행위가 인정됐던 업체들에 대한 중간소비업체 및 소비자의 소송이 잇따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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