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광범위한 중복감사 자치권 침해”…서울시 손 들어줘
위법행위가 드러나지 않은 지방자치단체의 고유 업무를 중앙정부가 ‘사전 감사’하는 것에 대해 “지방자치의 본질을 훼손할 수 있다”는 이유로 위헌 결정이 내려졌다. 이에 따라 감사원과의 ‘중복 감사’나, ‘길들이기 감사’ 논란을 불렀던 정부합동감사가 상당 부분 제한될 전망이다.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는 28일 ‘지자체 자치사무에 대한 정부의 합동감사가 지방자치권을 침해한다’며 서울시가 행정안전부를 상대로 낸 권한쟁의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7 대 2 의견으로 “자치권 침해가 인정된다”며 위헌 결정을 냈다.
헌재는 “지자체에 대한 중앙행정기관의 감독권 발동은 구체적 법 위반을 전제로 하고 있다”며 “지자체가 자기 책임 아래 수행하는 자치 사무에 대한 감사원의 사전적·포괄적 감사가 인정되는 상황에서 중앙행정기관에 의한 광범위한 중복 감사는 지방자치의 본질을 훼손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2006년 9월 당시 행정자치부 등 5개 기관이 자치사무 등에 대해 정부합동감사를 벌이자 이에 반발해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했다. 당시 서울시는 ‘행자부는 지자체 자치사무에 관해 감사할 수 있다. 다만, 이 경우 감사는 법령 위반 사항에 한하여 실시한다’고 규정한 지방자치법의 관련 규정을 들어, “행자부가 법령 위반이라고 먼저 지목한 사항에 대해서만 감사를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행자부는 “법령 위반 사항은 감사 결과로 판명된다”며 서울시 행정과 관련된 포괄적 자료를 요구해 갈등이 빚어졌고, 예비감사장에 경찰이 배치되기도 했다.
한편, 이동흡·목영준 두 재판관은 “지방 행정도 국가 행정의 일부이므로 어느 정도 국가의 감독·통제를 받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전제한 뒤, “합동감사의 감사 범위 등을 보면 범위가 특정되지 않았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합헌 의견을 냈다. 권한쟁의심판은 국가기관끼리, 또는 국가기관과 지자체 사이에 행정 권한의 범위 등을 두고 다툼이 있을 때 헌재가 나서 분쟁을 해결하는 절차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