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삼성 편법승계 ‘면죄부’] 삼성에버랜드 판결 의미
CB 헐값 넘겨도 주주배정 모양새땐 “배임 아니다”
6-5 박빙 판결…신영철 대법관도 무죄에 한표
* CB : 전환사채
CB 헐값 넘겨도 주주배정 모양새땐 “배임 아니다”
6-5 박빙 판결…신영철 대법관도 무죄에 한표
* CB : 전환사채
29일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 헐값발행 사건에 대한 대법원 판결을 두고, 시민사회단체 등에선 상법과 회사법 등이 보호하고 있는 시장경제의 원칙과 ‘상식’을 외면했다고 평가했다. 대법원은 주주배정의 ‘형식’만 갖춰졌다면, 전환사채나 신주인수권부사채를 액면가보다 1원만 높게 발행해 이를 아무에게나 넘겨도 배임죄를 물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미미한 액수의 세금을 물고 회사 가치보다 훨씬 적은 돈으로 경영권을 ‘합법’ 승계할 수 있는 길을 터준 셈이다.
이는 이용훈 대법원장이 변호사 시절 에버랜드 1심 사건 변론에서 주장했던 논리와 같다.
■ 형식논리 집착 허태학·박노빈 전 사장 사건에서 서울고법은 전환사채 발행 당시의 적정 주가와 헐값 발행된 가격 사이의 차이를 따져 배임죄를 인정했다. 에버랜드 쪽이 전환사채 발행 당시의 적정가(최고 22만3659원~최저 1만4825원)보다 한참 낮은 주당 7700원에 이재용씨 등에게 넘겨 89억여원(최저가격 기준)의 손해를 회사에 끼쳤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법원은 같은 사안에 대해 이건희 전 삼성 회장 쪽에 면죄부를 준 삼성특검 사건 하급심의 판단을 따랐다.
에버랜드는 애초 전환사채를 삼성 계열사이거나 특수관계에 있는 <중앙일보> 등 기존 법인주주들에게 배정(주주배정)한 뒤, 이들이 이를 인수하지 않자 제3자인 이재용씨 등에게 배정(제3자 배정)했다고 주장해 왔다. 대법원은 이를 ‘제3자 배정’이 아닌 ‘주주배정’으로 판단했다.
대법원은 이어 “기존 주주에게 전환사채를 배정하는 주주배정의 경우 저가발행으로 인한 기존 주주 소유 주식의 가치 하락은 해당 주주의 손해일 뿐 회사의 손해가 아니므로 경영진에게 배임죄를 물을 수 없다”며 “에버랜드 사건에서 기존 법인주주들이 실권을 해 이재용씨 등에게 전환사채가 넘어간 것은 주주 자신들이 손해를 감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당시 이 전 회장의 지시를 받은 삼성그룹 비서실이 계열사 등을 동원해 이재용씨의 재산 증식 및 경영권 승계 과정을 지휘한 점은 간과했다. 이런 공모관계가 특검 수사를 통해 드러났지만 대법원은 그 위법성 여부를 판단하지 않았다. 또 “이사회 결의가 정족수에 미달하고 회의록 등이 위조됐기 때문에 전환사채 발행은 무효”라는 특검의 주장이나 에버랜드 사건 원심의 판단도 인정하지 않았다.
유죄라는 의견을 낸 5명의 대법관은 이런 점 등을 들어 “이재용씨 등이 배정받는 과정을 볼 때 제3자 배정에 의한 발행과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 삼성 논리 추인? 대법원은 에버랜드 사건을 무죄 취지로 판단하면서도, 판례를 바꾸지 않는 ‘안전한’ 방법을 택했다. 2001년 대법원은 전환사채를 헐값에 발행해 임직원들에게 배당한 뒤 되파는 수법으로 수십억원을 챙긴 맥소프트뱅크 사건에서 배임죄를 인정했다. 에버랜드 사건 1·2심 재판부는 이 판례를 근거로 유죄를 선고했다.
대법원은 이를 “제3자 헐값 배정으로 회사 손해를 인정한 판례”로 보고, 에스디에스 사건에 적용했다. 기존 주주 이외의 사람이 회사 지분을 새로 취득하는 제3자 배정 방식의 전환사채 발행은 주주배정과 달리 회사 자산 증가뿐 아니라 회사 지배권도 변경시킬 수 있다. 따라서 주식으로 전환 가능한 전환사채 등을 헐값에 발행했다면 ‘푼돈’으로 경영권을 넘기는 것이자 회사로 들어올 자산이 적게 들어오는 것이기 때문에 회사의 손해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에스디에스 사건은 제3자 배정이 확실하다”며 “원심이 적정한 발행가격을 산정하지도 않은 채 회사에 손해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판단한 것은 옳지 않다”고 설명했다. 결국 두 사건에 대한 대법원 판단은 지난해 삼성특검 사건 1심 재판을 맡은 민병훈 부장판사의 논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 당시 민 부장판사의 논리는 에버랜드 사건에서 삼성 쪽이 주장한 논리를 벗어나지 않았다. 이용훈 대법원장은 당시 에버랜드 1심 재판 변론을 맡아 ‘전환사채 저가 발행은 주주와 관련이 있을 뿐 회사의 손익과는 무관하다’는 주장을 폈다. 대법관 6 대 5 의견으로 무죄 취지 판결이 난 이날 선고에서, 촛불사건 재판 개입으로 사퇴 요구를 받고 있는 신영철 대법관은 무죄 쪽에 섰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대법원은 이를 “제3자 헐값 배정으로 회사 손해를 인정한 판례”로 보고, 에스디에스 사건에 적용했다. 기존 주주 이외의 사람이 회사 지분을 새로 취득하는 제3자 배정 방식의 전환사채 발행은 주주배정과 달리 회사 자산 증가뿐 아니라 회사 지배권도 변경시킬 수 있다. 따라서 주식으로 전환 가능한 전환사채 등을 헐값에 발행했다면 ‘푼돈’으로 경영권을 넘기는 것이자 회사로 들어올 자산이 적게 들어오는 것이기 때문에 회사의 손해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에스디에스 사건은 제3자 배정이 확실하다”며 “원심이 적정한 발행가격을 산정하지도 않은 채 회사에 손해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판단한 것은 옳지 않다”고 설명했다. 결국 두 사건에 대한 대법원 판단은 지난해 삼성특검 사건 1심 재판을 맡은 민병훈 부장판사의 논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 당시 민 부장판사의 논리는 에버랜드 사건에서 삼성 쪽이 주장한 논리를 벗어나지 않았다. 이용훈 대법원장은 당시 에버랜드 1심 재판 변론을 맡아 ‘전환사채 저가 발행은 주주와 관련이 있을 뿐 회사의 손익과는 무관하다’는 주장을 폈다. 대법관 6 대 5 의견으로 무죄 취지 판결이 난 이날 선고에서, 촛불사건 재판 개입으로 사퇴 요구를 받고 있는 신영철 대법관은 무죄 쪽에 섰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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