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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검찰 ‘신중론’ 깨고 수사재개…‘책임론’ 정면돌파?

등록 2009-05-31 19:57수정 2009-05-31 21:45

천신일 구속영장 청구
중수부장 등 “미룰 필요 없다” 일요일 청구
내부서도 수사 비판…법무장관 침묵 일관
노무현 전 대통령의 갑작스런 서거로 미뤄졌던 검찰의 ‘박연차 로비’ 수사가 31일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에 대한 사전구속영장 청구로 재개됐다. ‘일요일 영장 청구’가 이례적인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정치권을 중심으로 검찰 수사에 대한 국정조사와 김경한 법무부 장관 파면 요구 등 ‘검찰 책임론’이 본격화하는 상황에서, 휴일 영장 청구는 앞으로 법무부와 검찰이 외부 인책론에 어떤 식으로 대응할 것인지를 예고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애초 수사팀은 지난 23일 천 회장의 영장을 청구하려 했으나, 노 전 대통령이 이날 갑작스럽게 서거함에 따라 장례 절차 뒤 ‘적절한 시점’으로 보류한 상태였다.

노 전 대통령의 영결식 절차가 모두 마무리된 지난 30일, 검찰 내부에서는 영장 청구의 시기를 두고 일요일에 하자는 쪽과 월요일에 하자는 쪽으로 의견이 갈렸다고 한다. 검찰 관계자는 “월요일을 주장한 쪽은 ‘일요일에 서둘러 청구하면 (외부에서는) 꼼수를 부린다고 생각할 수 있다. 떳떳하게 월요일에 청구하자’는 의견이었다”고 말했다. 장례 절차가 끝나자마자 여권 인사에 대한 영장 청구를 하게 되면 외부에서는 책임론을 희석하려는 의도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이다. 검찰 책임론을 둘러싼 상황 전개를 좀더 지켜보자는 신중론도 깔려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인규 중수부장 등은 ‘비난 여론에 떠밀리듯 처리할 수는 없다’며 ‘일요일 청구’를 주장해 관철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장은 특히 ‘우리가 잘못한 게 뭐 있느냐’며 억울해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주말부터 야당에서 검찰 책임론을 들고 나올 텐데, 어차피 청구하기로 한 영장 청구를 굳이 미룰 필요가 없다는 것이 이유였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그동안 이번 수사에 대해 공식 입장을 내지 않으면서도 “법과 원칙에 따른 수사”였다는 태도를 보여왔다. 중수부 수사팀에 직접적인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 검찰은 지난주 초부터 임시국회 대정부 질의 등에서 집중 제기될 책임론에 대한 대응 자료를 마련하는 작업도 해왔다.

하지만 검찰 내부에서도 수사 방식에 대한 비판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한 검찰 관계자는 “불확실한 혐의를 가지고 전직 대통령을 이 정도로 수사할 수 있는 환경이 과거에 있었느냐”고 말했다. 특히 ‘정치적 균형’ 등을 이유로 노 전 대통령의 신병 처리를 20일 이상 늦춘 것을 두고는 검찰 내부는 물론 검찰 출신 ‘전관’들 사이에서도 비난 여론이 높다.

이런 상황에서 김경한 법무부 장관은 애도 성명 하나 없이 침묵을 지키고 있다. 노 전 대통령 서거 당일 사표를 제출한 임채진 검찰총장과 대비되는 대목이다. 또 1987년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2003년 피의자 구타 사망 사건 때 법무장관이 ‘지휘 책임’을 지고 검찰총장과 동반 퇴진한 것과도 사뭇 다른 태도다.

검찰은 현직 의원과 지방자치단체장 등 4~5명을 마저 조사한 뒤, 이미 수사가 끝난 사람들과 묶어 일괄 기소하며 이번 수사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하지만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가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할 경우 불어닥칠 후폭풍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더욱이 6월 국회에선 검찰이 ‘도마’에 오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박연차 로비 수사를 두고 “잔인한 4월”(이인규 중수부장)을 자신 있게 예고했던 검찰이 이제는 ‘잔인한 6월’을 맞게 됐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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