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만화가 손문상(46) 화백
국제시사만화포럼 ‘표현의 자유’ 발제한 손문상 화백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표현의 자유’ 문제가 새삼 불거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굳건한 ‘성채’를 형성한 자본권력, 한국 사회 특유의 보수적 분위기 등에 따른 표현의 자유 위기는 이전부터 뿌리 깊게 존재해왔습니다.”
시사만화가 손문상(46·사진) 화백은 3일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 국제시사만화포럼에서 ‘한국 시사만화 100년, 그리고 표현의 자유’라는 발제를 통해 이렇게 밝혔다. “시사 프로그램 제작진이 검찰 수사를 받고, 누리꾼과 기자가 구속되는 등 최근 들어 권력에 의한 표현의 자유 억압이 부활한 것”은 분명하지만, 시사만화와 관련해선 눈에 드러나지 않는 억압 또한 꾸준히 있어왔다는 것이다. 손 화백은 <한국일보>, <동아일보>, <부산일보> 등을 거쳐 지금은 <프레시안> 편집위원을 맡고 있다.
이건희 풍자 금기…검찰은 고소·고발 운운
“표현의 자유 위기, 이 정부 들어 새삼 불거져” 그는 표현의 자유를 위협하는 요인으로 먼저 이념 갈등을 들었다. 사회가 진보-보수 진영으로 갈리면서 특정 논조를 내세운 언론사로부터 시사만화가의 독립성이 훼손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김상택 화백은 1995년 <경향신문> 재직 시절 주한미군을 ‘점령군’으로 표현한 만평 때문에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고발당했지만, <중앙일보>로 옮긴 이후인 2004년에는 국가보안법 폐지를 주장하는 열린우리당을 조롱하는 만평을 그렸다”며 “신문사 성향에 따라 만평 성격이 바뀐 대표적인 예”라고 설명했다. 또 “이재용 화백이 소속사였던 <문화일보> 논조와 다르다는 이유로 만평이 자주 누락되는 사태를 겪은 뒤 휴직을 거쳐 퇴사한 예도 있다”고 덧붙였다. 손 화백은 “이념보다도 더 심각한 건 자본 권력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신문 경영난, 미디어 산업 위기론 등이 불거지면서 광고주인 대기업을 비판하는 기사가 크게 위축됐고, 시사만화 또한 소재에 제약을 받게 됐다는 것이다. 그는 “특히 <중앙일보>를 보면, 삼성 문제가 최대 이슈로 떠오르더라도 이건희 회장의 이름은 물론, 캐리커처조차 암묵적으로 금기시되고 있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표현 방식에 문제를 제기하는 사례도 있다고 손 화백은 전했다.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 쪽은 “턱을 너무 뾰족하게 그려 걍팍한 인상을 준다”며 항의하는가 하면, 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는 ‘툭 튀어나온 이빨’로 상징되는 자신의 캐리커처에 불만을 나타낸 적도 있다고 한다. 특정 권력집단을 동물에 빗댄 표현에 신경질적 반응을 보인 사례도 전했다. <경향신문>의 김용민 화백 등 상당수 시사만화가들이 ‘검찰을 개로 그리는 등의 표현이 반복되면 고소·고발 조처를 취할 수 있다”는 검찰의 압력을 출입 기자를 통해 전달받았다는 것이다.
손 화백은 “표현의 자유를 위협하는 안팎의 환경 속에서도 끊임없이 긴장을 유지하고 독립된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시사만화가는 물론 소속 언론사도 함께 노력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글·사진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표현의 자유 위기, 이 정부 들어 새삼 불거져” 그는 표현의 자유를 위협하는 요인으로 먼저 이념 갈등을 들었다. 사회가 진보-보수 진영으로 갈리면서 특정 논조를 내세운 언론사로부터 시사만화가의 독립성이 훼손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김상택 화백은 1995년 <경향신문> 재직 시절 주한미군을 ‘점령군’으로 표현한 만평 때문에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고발당했지만, <중앙일보>로 옮긴 이후인 2004년에는 국가보안법 폐지를 주장하는 열린우리당을 조롱하는 만평을 그렸다”며 “신문사 성향에 따라 만평 성격이 바뀐 대표적인 예”라고 설명했다. 또 “이재용 화백이 소속사였던 <문화일보> 논조와 다르다는 이유로 만평이 자주 누락되는 사태를 겪은 뒤 휴직을 거쳐 퇴사한 예도 있다”고 덧붙였다. 손 화백은 “이념보다도 더 심각한 건 자본 권력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신문 경영난, 미디어 산업 위기론 등이 불거지면서 광고주인 대기업을 비판하는 기사가 크게 위축됐고, 시사만화 또한 소재에 제약을 받게 됐다는 것이다. 그는 “특히 <중앙일보>를 보면, 삼성 문제가 최대 이슈로 떠오르더라도 이건희 회장의 이름은 물론, 캐리커처조차 암묵적으로 금기시되고 있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표현 방식에 문제를 제기하는 사례도 있다고 손 화백은 전했다.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 쪽은 “턱을 너무 뾰족하게 그려 걍팍한 인상을 준다”며 항의하는가 하면, 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는 ‘툭 튀어나온 이빨’로 상징되는 자신의 캐리커처에 불만을 나타낸 적도 있다고 한다. 특정 권력집단을 동물에 빗댄 표현에 신경질적 반응을 보인 사례도 전했다. <경향신문>의 김용민 화백 등 상당수 시사만화가들이 ‘검찰을 개로 그리는 등의 표현이 반복되면 고소·고발 조처를 취할 수 있다”는 검찰의 압력을 출입 기자를 통해 전달받았다는 것이다.
손 화백은 “표현의 자유를 위협하는 안팎의 환경 속에서도 끊임없이 긴장을 유지하고 독립된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시사만화가는 물론 소속 언론사도 함께 노력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글·사진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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