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집시법 개정운동”
지난달 정부가 서울 도심에서 열리는 대규모 집회 불허 방침을 밝힌 뒤, 시민·사회단체들이 5~6월에 열겠다고 경찰에 낸 40여건의 민생·시국 관련 도심 집회가 모두 금지 통고된 것으로 나타났다. 시민·사회단체들은 “이명박 정부에서 헌법상 기본권인 집회·시위의 자유가 사라졌다는 증거”라며 “경찰의 자의적인 법 집행을 가능하게 하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등의 개정 운동에 돌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진보연대·민주노총·천주교인권위원회 등 14개 시민·사회단체가 결성한 ‘민주주의 수호, 공안탄압 저지를 위한 시민사회단체 네트워크’(이하 네트워크)는 4일 서울 무교동 국가인권위원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런 내용의 ‘도심 집회 금지통고 현황’을 발표했다.
네트워크 소속 단체들은 ‘청년실업 해소’ ‘대운하 반대’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반대’ ‘집회·시위 보장’ ‘6월항쟁 계승’ 등 주요 민생·시국 현안과 관련된 42건의 집회를 5~6월에 서울광장·청계광장·마로니에공원 등에서 열기로 하고, 지난달 서울지방경찰청과 종로서 등에 신고서를 냈다. 하지만 경찰은 이들 집회에 대해 모두 금지 통고를 했다. 다만, 이들 도심 집회와 별개로 민주노총이 여의도에서 열겠다고 신고한 ‘비정규직 철폐, 엠비(MB)악법 저지’ 집회는 허용했다.
단체별로 보면, 지난 8년 동안 한 번도 집회 금지 통고를 받은 적이 없는 천주교인권위원회가 ‘집회·시위 보장’, 삼보일배, 자전거 행진 등을 위해 열겠다고 밝힌 10건의 집회가 ‘장소 경합’과 ‘교통흐름 방해’ 등의 이유로 무더기로 금지됐다.
박진 다산인권센터 활동가는 “경찰이 온갖 구실을 끌어들여 정권 입맛에 맞지 않는 도심 집회를 막고 있다”며 “이는 집회·시위가 허가제로 운영될 수 없다고 규정한 헌법 21조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네트워크는 집시법 개정운동과 함께 서울광장 폐쇄 등 경찰의 무리한 법 집행을 따져묻는 소송에 들어갈 예정이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의 박주민 변호사는 “국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나 헌법소원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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