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성우 대검찰청 차장이 4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검 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임채진 검찰총장의 사직서가 이날 수리됨에 따라 문 차장이 당분간 총장직무를 대행하게 됐다. 연합뉴스
임채진 “자숙해야 하는 상황” 6일 퇴임식
‘책임론’에 의견 분분·수뇌부 비판도 거세
‘책임론’에 의견 분분·수뇌부 비판도 거세
“나는 지금 자숙해야 하는 상황이다. 스스로 돌아보고, 반성하고….”
5일 오후 퇴임식을 앞두고 있는 임채진 검찰총장은 4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비교적 담담하게 자신의 심경을 말했다. 지난달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한 뒤 오랫동안 침묵을 지켜온 임 총장이 사직서를 낸 뒤에야 속생각을 밝힌 것이다.
노 전 대통령 서거 당일 냈다가 돌려받은 사직서를 거듭 제출한 이유에 대해선 “검찰 책임론이 계속 나오고 있고, 앞으로 검찰이 여러가지 점에서 부담스러울 텐데 이런 상황에서는 내가 짐이 될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한 언론에서 내가 ‘표적수사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천벌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썼던데, 이는 왜곡된 것”이라며 “만약 검찰이 표적수사를 했다면 내가 천벌을 받을 것이라는 말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나중에 기회가 되면 무엇이 브리핑에서 나왔고, 과잉 취재된 부분은 어떤 것인지 등에 대해 수사팀이 설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 총장의 퇴임을 앞둔 검찰 내부 분위기는 뒤숭숭하다. 총장에 이어 김경한 법무장관까지 교체되면 검찰 수뇌부의 중폭 인사가 불가피할 뿐 아니라, 외부에서 제기되는 책임론에 대한 내부 의견도 분분하기 때문이다. 임 총장의 사의 표명 뒤 검찰은 문성우 대검 차장 주재로 긴급간부회의를 열어 대응방안을 논의했지만, 수장이 떠난 상황에서 뚜렷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노 전 대통령 서거 뒤 보여준 검찰 수뇌부의 태도를 두고는 내부 비판도 거세지고 있다. 서거 뒤 자숙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판에 되레 “수사의 당위성과 정당성이 훼손돼선 안 된다”며 정면돌파 카드를 꺼내들어 여론만 더 나빠졌다는 것이다. 한 검찰 간부는 “표적·편파수사 비난에다 무능하다는 소리까지 듣다 보니 검찰 조직을 떠나고 싶어하는 이들도 있다”며 어수선한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대검과 서울중앙지검 등에 근무하는 검사들은 여전히 ‘검찰 책임론’을 수긍하지 못하는 분위기지만, 일선 지방검찰청 등에서는 “어떤 식으로든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여론이 많다. 특히 무리한 수사의 당사자인 중수부 책임론이 거세다. 지방의 한 부장검사는 “하다못해 대검이 먼저 나서서 ‘중수부 축소나 폐지 등을 검토하겠다’고 먼저 반성하는 자세라도 보이면 좀 나았을 것 아니냐”며 “그런데도 ‘자기는 억울하다’고 항변하고 있으니, 답답해서 속이 터질 것 같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러자 법무부가 ‘기강’ 다잡기에 나섰다. 김경한 장관은 이날 ‘최근 사태 관련 검찰 특별지시’를 통해 “이런 때일수록 검찰은 동요하지 말고 일치단결하여 검찰 본연의 임무를 수행하는 데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라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검찰 수사 관행에 소홀하거나 부족한 점이 없었는지 되돌아보고, 그 개선책을 마련하는 데도 적극 힘써 주기 바란다”고 밝혔다.
석진환 김남일 기자 soulfat@hani.co.kr
석진환 김남일 기자 soulf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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