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전 소송…대법 “폭행모습 공개로 손해 입혀”
한때 최고의 광고모델이었던 고 최진실씨에게 “모델로서의 품위를 손상시켜 광고주에게 손해를 입혔다”며 이를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박시환 대법관)는 아파트 건설사인 ㅅ사가 최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최씨의 손을 들어준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4일 밝혔다.
2004년 3월 ㅅ사는 최씨에게 2억5000만원의 모델료(계약기간 1년)를 주는 조건으로 아파트 분양광고 모델 계약을 맺었다. 동시에 계약기간 중 최씨가 “스스로 명예를 실추시켜 아파트와 기업 이미지를 훼손시킬 경우 모델료의 두 배를 배상해야 한다”는 ‘품위유지 약정’을 함께 체결했다. 주거 공간인 아파트 광고에선 ‘가족의 사랑과 행복’을 부각시킬 필요가 있기 때문에, 최씨에게 그에 합당한 ‘이미지 유지’를 요구했다는 것이 ㅅ사의 설명이다.
하지만 같은 해 8월 남편인 조성민씨한테 폭행을 당한 최씨는 입원한 병실로 찾아온 기자들에게 멍들고 부은 얼굴과 가구 등이 부서진 자신의 집을 촬영하도록 허락했다. 이에 ㅅ사는 계약 위반이라며 계약 해지를 통보하고 위약금과 위자료 등 30억원을 배상하라는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최씨에게 5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한 반면, 항소심 재판부는 “최씨가 일방적으로 폭행을 당했고, 이미 보도된 사실에 대해 최씨가 남편의 주장을 반박하기 위해 기자들을 만난 점이 인정된다”며 최씨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대법원은 “광고주가 유명 연예인, 운동선수 등과 광고 계약을 체결하는 것은 이들이 일반인들에 대해 가지는 신뢰성, 가치, 명성 등 긍정적 이미지를 이용해 구매 욕구를 불러일으키기 위한 것”이라며 “최씨는 계약 기간 동안 광고모델로 활동할 수 있는 건강 상태와 용모를 유지하는 한편, 아파트에 대해 호감을 느껴 구매를 유인할 수 있도록 긍정적 이미지를 적극 유지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선고에선 지난해 숨진 최씨를 대신해 아들(8)과 딸(6)로 소송 당사자가 바뀌었지만, 이들이 아직 미성년자이기 때문에 이들의 법정 후견인인 최씨의 어머니가 법정대리인으로 나섰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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