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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검찰개혁 굴곡진 역사

등록 2009-06-12 13:49

<b>이전 정부와 검찰</b> 금융비리 사건 ‘이용호 게이트’는 국민의 정부 시절 정권 핵심 인사들의 연루 의혹으로 번지면서 큰 파문을 일으켰다. 차정일 특검이 2002년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하는 장면.
이전 정부와 검찰 금융비리 사건 ‘이용호 게이트’는 국민의 정부 시절 정권 핵심 인사들의 연루 의혹으로 번지면서 큰 파문을 일으켰다. 차정일 특검이 2002년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하는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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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의 막강한 권한을 견제하고 싶다가도, 그 권력을 손에 넣고 싶은 유혹을 뿌리치지 못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 보니 정치권력도 어찌할 수 없을 만큼 ‘괴물’이 돼 있더라.”

법조계 출신으로 16~17대 국회의원을 지낸 한 인사는 과거에 검찰 개혁이 실패했던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민주적 정당성을 가진 정치권력이 검찰 개혁 기회를 스스로 포기하는 바람에 지금은 오히려 검찰에 끌려다니는 형국이라는 지적이다. 군사정권 시절 검찰은 직접 시민을 탄압했던 경찰과 이를 배후 조종한 정보기관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며 외부 비판으로부터 조직을 보호했다.

‘검찰 개혁’이라는 말은 문민정부가 들어선 뒤에야 등장했다. 하지만 당시에도 검찰권을 견제하려던 개혁은 아니었다. 힘센 조직을 정권의 의지대로 쓰기 위한 ‘물갈이’에 가까웠다. ‘하나회’ 등 군부를 개혁하고 5·6공 세력을 몰아내는 데 검찰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대구·경북 중심의 ‘티케이’(TK) 인맥이 차지했던 요직은 부산·경남 출신 ‘피케이’(PK) 인사들로 대체됐다.

국민의 정부도 ‘검찰 바로세우기’를 내걸었지만, 별 성과를 내지 못했다. 역사적 정권교체에 따른 개혁의 정당성은 충분했지만, 과거 소외받던 호남 출신 검사들을 대거 요직에 기용하며 기회를 날려버렸다. 검찰의 주류는 목포·광주를 일컫는 ‘엠케이’(MK) 인사들로 채워졌다. 기득권을 가진 영남 출신 검사들과 경쟁했던 이들은 오히려 정권에 더욱 예속된 행태를 보였다. 정권 핵심 인사와 검찰 간부들이 줄줄이 연루됐던 ‘옷로비 의혹 사건’이나 ‘이용호 게이트’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 사건들 탓에 검찰에 대한 국민의 불신은 증폭됐고, 검찰의 기소독점권을 견제하는 유일한 제도인 특별검사제도가 이 시기에 도입됐다. 그러나 특검은 상시적이지 않은데다가 성과 없는 ‘정치적’ 특검이 강행되는 한계를 드러내기도 했다.

<b>이전 정부와 검찰</b> 참여정부의 검찰 개혁은 공수처 설치 등을 둘러싸고 논의만 무성한 채 열매를 맺지 못했다. 2005년 국회에서 법안을 심의하는 모습.
이전 정부와 검찰 참여정부의 검찰 개혁은 공수처 설치 등을 둘러싸고 논의만 무성한 채 열매를 맺지 못했다. 2005년 국회에서 법안을 심의하는 모습.

참여정부 들어 의욕적으로 추진됐던 검찰 개혁은 ‘공판중심주의’의 도입이나 재정신청 범위 확대, 구속승인 제도 등을 폐지한 검찰청법 개정 등의 성과를 낳았다. 하지만 인사시스템 개선이나 공직자비리수사처 도입, 경찰 수사권 독립, 대검 중수부 폐지 등 아이디어 차원의 논의만 무성했을 뿐 성과는 없었다. 검찰의 조직적인 저항이 있었지만, 국정운영의 미숙함이 더 큰 문제였다. 한 검찰 간부는 “검찰은 대통령이 쓰라고 국민들이 내어준 ‘칼’인데 참여정부는 ‘칼이 너무 커서 쓰지 않겠다’는 것만 강조했지 이걸 어떻게 쓸지 고민이 부족했다”고 말했다. 문재인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대선자금 수사로 참여정부 핵심 인사들이 대거 처벌을 받았다. 이 때문에 중부수 폐지 등 검찰에 복수한다는 느낌을 주는 정책을 추진하는 데 주저한 측면이 있다”고 털어놨다.

과거 국가안전기획부나 보안사령부처럼 힘센 집단이 사라진 상황에서 사정 기능을 독점한 검찰을 견제할 만한 수단이 없었다는 점도 실패의 원인으로 꼽힌다. 17대 국회 법사위원을 지냈던 한 인사는 “검찰한테 불리한 법안이 제출되면 검찰 출신 의원은 물론 법무부·대검 간부들까지 총동원돼 로비가 벌어졌다”며 “의원 개인은 검찰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고, 이 때문에 개별 법안이 상정조차 되지 않는 걸 보면서 검찰의 힘을 새삼 느꼈다”고 전했다.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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