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술 번복땐 유죄 입증 어려워
기소자 21명 치열한 공방 예고
기소자 21명 치열한 공방 예고
검찰은 12일로 ‘박연차 로비’ 수사를 마무리했지만, 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아내야 하는 새로운 숙제를 떠안게 됐다. 이번 사건은 기소된 사람만 21명이나 돼 재판 부담이 만만찮다. 특히 대검 중수부는 지난해 사정수사 결과 기소했던 사건들에서 잇달아 무죄 선고를 받으며 체면을 구긴 터라 어깨가 무겁다.
박 전 회장의 전방위적 금품 제공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된 지난 3월 이후, 이미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사람은 정상문(63)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과 박정규(61) 전 청와대 민정수석 등 7명을 헤아린다. 12일 일괄 기소된 천신일(66) 세중나모여행 회장 등 14명의 사건도 서울중앙지법 부패전담 재판부에 배당될 예정이다.
이번 수사는 박 전 회장의 ‘입’에 의존한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박 전 회장의 진술에서 일관성을 유지하느냐 아니냐가 재판의 성패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박 전 회장이 법정에서 진술을 바꾸면 피고인들의 유죄 입증에 상당한 차질이 불가피해진다. 검찰이 여러 피의자와 대질신문에서 박 전 회장이 그들 대부분을 제압했다고 여러 차례 밝힌 데는 재판에서 벌어질 ‘진위 공방’을 겨냥한 사전 포석의 의미도 깔려 있다.
그러나 박 전 회장이 계속해서 검찰에 협조적일지는 알 수 없다. 태도 변화도 감지된다. 그는 지난 11일 이광재(44) 민주당 의원의 공판에서 “깨끗한 정치를 하려 했던 사람에게 못할 짓을 했다”고 사과하는 한편, 여러 차례 거액을 전달하려다 이 의원의 거절로 실패한 사실을 털어놨다.
공판에서 일부 피고인들은 혐의를 순순히 인정하고 있지만, 송은복(65) 전 김해시장 등은 이 의원처럼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피고인과 변호인들은 박 전 회장의 오래된 기억과 메모에 의존한 증거를 집중 탄핵하는 변론 전략을 구사할 가능성이 높다.
‘무죄 제조기’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 공판 역량 강화를 내세웠던 대검 중수부는 이제 수사에 대한 법률적 평가라는 새 심판대에 오르게 된 것이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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