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 스트레스가 심한 상황에서 회사 홍보를 위해 마라톤 연습을 하다 숨졌다면 업무상 재해로 봐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김영란 대법관)는 정아무개씨의 부인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보상금 지급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를 선고한 원심을 깨어 사건을 대구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4일 밝혔다.
농협 지점에서 일하던 정씨는 2007년 4월 “회사 홍보를 위해 시가 주최하는 마라톤대회에 참석하라”는 권유를 받았다. 정씨는 당시 실적 부진과 승진 누락으로 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또 52건의 채권회수 관련 소송을 맡고 있었고, 2주 동안 8차례 출장을 다녀왔다. 이런 상태에서 직장내 마라톤동호회 부회장인 정씨는 휴일에 달리기 연습을 하다 급성심근경색을 일으켜 숨졌다.
근로복지공단은 “자발적으로 연습하다 숨져 업무상 재해로 볼 수 없다”며 보상금 지급을 거부했다. 이에 유족이 낸 소송에서 1심은 업무상 재해임을 인정했지만, 항소심은 “마라톤 연습은 업무상 행위로 보기 어렵고, 동호회 활동이 사업주의 지배·관리 하에 있었다고 볼 수 없다”며 근로복지공단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대법원은 “현저히 증가한 업무량과 실적 부담, 상사의 질책이 고혈압 등 정씨의 질병을 급격히 악화시켰다고 추정되며, 회사가 대회 참여를 적극 권유한 만큼 달리기 연습은 회사의 지배·관리 상태에 있었다”고 판단했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