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부당한 신체침해 맞선 저항 무죄” 판결
경찰의 적법하지 않은 강제연행에 저항하다 경찰관을 폭행했더라도 정당방위에 해당해 무죄라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남부지법 형사3단독 정계선 판사는 식당 종업원을 때린 뒤 붙잡혀 연행되는 과정에서 운전중인 경찰관을 폭행한 혐의(공무집행방해죄 등)로 기소된 황아무개(43)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고 15일 밝혔다.
정 판사는 판결문에서 “경찰은 황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했다고 하지만, 체포 시점은 폭행 사건 뒤 40분이나 지났고 체포 장소 역시 현장과 떨어져 있어 형사소송법상 현행범으로 보기 어렵다”며 “절차를 무시한 강제연행은 적법한 공무집행이라고 할 수 없고, 이 과정에서 경찰관을 폭행한 것은 신체의 부당한 침해를 벗어나기 위한 정당방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정 판사는 또 “(일반) 폭행죄의 경우 긴급체포 요건에도 해당되지 않고, 혐의를 부인하며 동행을 거부한다면 경찰관직무집행법에 따라 추가 소환을 요청할 수 있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황씨는 지난해 9월 서울 영등포구의 한 식당에서 종업원과 시비가 붙어 종업원을 밀치는 등 승강이를 벌였으며,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 2명은 사건 발생 40분 뒤 근처 노래방에서 황씨를 폭행 현행범으로 간주해 강제로 연행했다. 검찰은 경찰차에 탄 황씨가 운전중인 경찰관을 욕설과 함께 폭행한 사실을 들어, 폭행죄에다 공무집행방해죄 및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의 운전자폭행죄까지 추가해 기소했다.
한편 재판부는 황씨가 종업원을 폭행한 혐의에 대해서는 유죄를 인정해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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