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일 기자
현장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와 관련해 피의사실 공표 논란에 빠진 검찰이, 수사 결과 발표 사흘 만에 또다시 수사 내용 유출 논란에 빠졌다. ‘미공개 영구 보존’을 검토한다던 노 전 대통령 관련 진술 내용이 보도된 것이다. <연합뉴스>는 15일 ‘사정기관 관계자’의 말을 따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이 묻지도 않았는데 노 전 대통령의 이름을 먼저 진술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표적수사라는 정치권 일각의 주장과 배치된다는 설명까지 달았다.
검찰과 언론의 ‘짜고 치는 플레이’가 비극을 초래했다고 보는 노 전 대통령 쪽은 더는 참기 어렵다는 듯 강하게 반발했다. 천호선 전 청와대 홍보수석은 “검찰의 궁색하고도 염치없는 논리를 어떡하든 도와주려는 전형적인 관제기사”라고 비판했다. 이런 보도는 언론계 일부의 자성 움직임에도 역행한다며, “고약한 언론플레이”라고도 했다. 그는 “박 전 회장이 먼저 진술하지 않았다면 노 전 대통령에 대해 수사를 할 의도가 없었다는 것이냐”고 검찰에 물었다.
검찰은 “그런 내용을 확인해 준 바 없고, 사실과도 다르다”고 해명했다. 수사팀 관계자는 “당장 국회의 조사를 받아야 할 상황에서 수사 결과 발표에도 담지 않은 내용을 흘릴 이유가 없다”며 난감해했다.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수사팀 전원에게서 ‘보안각서’를 다시 받기도 했다고 한다.
이런 보도 내용을 검찰이 조직적·의도적으로 흘렸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경위야 어떻든 수사 내용의 원천은 결국 검찰이다. 검찰은 노 전 대통령에 대해 ‘공소권 없음’ 결정을 내리면서도, “박 전 회장의 피의사실은 인정된다”며 우회적 방식으로 노 전 대통령의 혐의까지 단정했다. 영구 보존될 수사기록이 정권이나 검찰의 필요에 따라 곶감 빼먹듯 ‘영구 이용’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남는 이유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