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시비에스> 토크쇼 진행자인 데이비드 레터맨이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성적 농담에 분노해 해당 프로그램의 광고주 목록을 올려 불매운동을 독려하고 있는 힐러리 클린턴 지지자들의 블로그(위). 이 블로그에 게시된 아래 사진은 “아빠, 왜 열네살 소녀를 강간한 남자에 대한 농담을 하셨어요”라는 글귀로 레터맨을 비판하고 있다.
광고주 불매운동 외국선 어떻게 2004년 존 케리 비방 다큐
누리꾼 불매운동에 방송 취소
지역신문 환경문제 논조 비판
환경단체 불매운동도 합법
정치인들이 언론항의 주도 2004년 미국 대통령 선거 당시 누리꾼들이 보수 미디어 기업인 싱클레어 그룹을 상대로 광고주 불매운동에 돌입했다. 싱클레어 그룹이 민주당 존 케리 후보의 베트남전 반전운동을 비난하는 다큐멘터리 ‘도둑맞은 명예’를 제작해 계열 방송사에서 방영키로 한 사실이 드러나면서다. 누리꾼들은 인터넷 사이트에 광고주 이름과 전화번호 및 이메일 주소를 올리며 조직적 불매운동을 전개했다. 민주당 정치인은 물론 방송인과 법률가들까지 참여해 불매운동을 독려했다. 거대 광고주들의 광고계약 취소가 이어지며 큰 피해를 입은 싱클레어 그룹은 결국 프로그램 방영을 취소했다. 불매운동에 나선 누리꾼들이 형사처벌 받는 일은 없었다. 외국에선 <조선일보>와 <동아일보>가 ‘조폭적 행태’ 및 ‘좌파 정치운동’으로 묘사하는 언론소비자들의 불매운동이 일상적으로 벌어진다. 이들 신문이 ‘협박’과 ‘공갈’로 규정하는 전화 항의도 불법으로 단죄되지 않는다. 미국의 경우 언론소비자들의 광고주 불매운동을 인정하는 판례는 1984년에 벌써 나왔다. 캘리포니아 주대법원은 엘도라도의 한 시민단체가 지역 무가지 <풋힐타임스>의 환경 문제 논조를 비판하며 신문 광고주들을 압박한 사건에서 환경단체의 불매운동을 ‘합법’이라 판결했다. 법원은 언론사 편집정책과 보도의 부정확성에서 촉발된 ‘정치적 불매운동’을 표현의 자유 차원에서 보호돼야 한다고 봤다. ‘적극적으로 불매운동을 주창하고 부추겼다 하더라도 위법하지 않고, 언론사 표현의 자유 침해는 공권력에 의한 침해를 의미할 뿐 독자나 시민에 의한 침해는 있을 수 없다’고 판시했다. 김보라미 변호사는 “풋힐타임스 사건 이후 미국에서 언론사 광고주 목록을 인터넷에 올려 광고를 못하도록 하는 압박 행위들은 물리적인 폭력을 쓰지 않는 한 모두 허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새비지 네이션’ 사건에서도 조직적인 불매운동은 형사처벌의 그물망에 걸리지 않았다. 2007년 미국 라디오 진행자 마이클 새비지가 자신의 프로그램(‘새비지 네이션’) 방송 도중 이슬람교도와 코란을 비하하는 발언을 했다가 이슬람 단체의 온·오프라인 광고주 불매운동에 직면했다. 피해 금액은 100만 달러에 달했다. 새비지 쪽은 공갈죄로 고소했지만 법원에서 패소했고, 지난해 8월엔 항소도 취하했다.
미국에선 정치인들이 불매운동을 촉구하는 사례도 흔하다. 지난 대선에서 정치풍자 코미디 프로그램인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가 오바마 후보를 비하했을 때 오바마 쪽은 공개적인 광고주 불매운동을 진행했다. 현직 공화당 하원의원 론 폴은 자신의 인터넷 사이트에서 노골적인 보수언론 <폭스뉴스>를 비판하며 시청자들에게 폭스뉴스 광고주 압박 운동에 나설 것을 독려하고 있다. 지난 8일엔 <시비에스> 심야토크쇼 ‘데이비드 레터맨쇼’의 진행자가 고등학생 신분으로 아기를 낳은 전 공화당 부통령 후보 세라 페일린의 딸을 겨냥해 성적 농담을 하자, 분노한 누리꾼들이 레터맨쇼 광고주 불매운동에 나서고 있다. 불매 대상 기업에는 삼성도 포함되어 있다.
해외 언론소비자 광고불매운동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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