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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검찰, ‘PD수첩 작가 이메일 내용’ 수천명에 공개 발송

등록 2009-06-18 19:21수정 2009-06-18 23:39

[피디수첩 제작진 5명 기소]
법조계 “지나치다…여론몰이”
해당작가 “양심의 자유 침해”
검 “정권에 대한 반감 담겨…범죄성립 자료라서”
검찰이 18일 ‘피디(PD)수첩’ 제작진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김은희 작가가 쓴 3건의 이메일(전자우편) 내용을 공개했다.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 과정에서 구체적인 피의사실을 여러 경로로 흘리거나 수사 보안에 실패해 호된 질타를 받았던 검찰이 사생활에 해당하는 전자우편 내용까지 공개하자, ‘언론플레이’로 여론재판을 꾀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검찰은 현 정권에 대한 김 작가의 강한 반감이 담겨 있는 이 이메일에서 명예훼손의 의도가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김 작가는 지난해 6월 지인에게 보낸 전자우편에서 “1년에 한두 번쯤 ‘필’이 꽂혀서 방송하는 경우가 있는데…올해 광우병이 그랬어요.… 아마도 총선 직후 이명박에 대한 적개심이 하늘을 찌를 때라서 더 그랬나 봐요”라고 썼다.

이를 두고 정병두 서울중앙지검 1차장은 “공적 인물의 명예 훼손은 현저히 공정성을 잃은 경우나 악의가 있는 경우에만 인정되기 때문에 (해당 이메일은) 공소사실과 관계 있는 중요한 자료”라며 “국민들에게 범죄 성립의 중요한 요소를 설명하는 게 필요하다는 판단 아래 고민 끝에 공개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요컨대 김 작가가 이 대통령에게 강한 적개심을 갖고 있었으니, 이 프로그램 제작에도 그런 마음이 반영되지 않았겠느냐는 게 검찰의 추론이다.

당사자인 김 작가는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그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수백 통의 이메일 가운데 몇 개의 문장을 떼내어, 검찰의 시나리오에 맞게 적재적소에 끼워넣어 발표했다”며 “내가 정권에 어떤 태도를 갖고 있는지가 수사의 대상이 된다면, 이는 매우 심각한 ‘양심의 자유’ 침해”라고 말했다. 그는 “국민의 알권리와 상관없는, 개인의 사생활을 공표한 수사 검사와 이를 받아쓴 기자를 검찰에 고발하고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검찰이 공개한 전자우편 내용 가운데는 광우병 보도와는 전혀 상관없는 내용까지 담겨 있어, 범죄사실과 관계없는 사생활 노출이라는 비판을 피하기가 더욱 힘겨워 보인다. 검찰은 김 작가가 지난해 4월 총선에서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를 누르고 당선된 홍정욱 한나라당 의원을 비난하는 내용도 그대로 공개했다.

이는 검찰 스스로 정한 ‘인권보호 수사준칙’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준칙들은 “혐의사실과 직접 관련이 없는 피의자의 인격이나 사생활에 관한 사항…은 공개되지 않도록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검찰은 혐의사실과 관련이 깊어 전자우편을 공개했다지만, 그 세 통의 내용 중에서 피디수첩의 광우병 보도와 직접 관련된 구절은 찾아볼 수 없다.

법조계에서는 수사기관이 개인의 생각을 담은 전자우편 내용을 공개한 것은 법원으로 하여금 심리하기 전에 범죄를 저질렀다는 ‘예단’을 갖게 할 수 있다며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판사는 “수사상 알게 된 내용에 대해 비밀 유지의 의무를 지는 검찰이 개인의 서신 내용까지 노출하는 것은 지나치다”며 “그게 유죄 입증의 유력한 증거라고 판단한다면 법정에서 제출하면 될 일”이라고 말했다. 하태훈 고려대 교수(법학)는 “이메일 공개가 업무상 비밀누설죄에 해당하는지는 논란이 있을 수 있다”며 “검찰이 여론몰이를 위해 이메일 내용을 공표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법무부는 노 전 대통령의 서거를 계기로 수사 브리핑에서 피의사실을 과도하게 공표하는 인권침해 문제를 개선하겠다며 ‘수사공보제도 개선위원회’를 발족시켰지만, 이번 전자우편 공개로 진정성을 의심받게 됐다.


노현웅 권귀순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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