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디수첩 기소’ 후폭풍
작가 이메일 공개 보도 ‘여론재판’ 노골화
“의도적 공개에 무차별 받아쓰기” 비판 거세
작가 이메일 공개 보도 ‘여론재판’ 노골화
“의도적 공개에 무차별 받아쓰기” 비판 거세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후 거센 반발을 사고 있는 ‘검찰의 언론플레이→언론의 받아쓰기→여론재판’이란 ‘검·언 합작 여론몰이’ 공식이 <문화방송>(MBC) ‘피디수첩’ 제작진 전자우편 공개 보도에서 더욱 노골적으로 재현되고 있다. ‘정부 전복 프로그램’ 혐의를 덧씌우려는 검찰 의도를 사생활 및 ‘사상과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면서까지 조선과 중앙, 동아가 선두에서 확대 재생산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조중동은 19일치 신문에서 전날 검찰이 공개한 김은희 작가의 전자우편을 ‘피디수첩=반정부 프로그램’으로 낙인찍는 유력한 근거로 적극 활용했다. <조선일보>는 1면 머리기사 ‘100일 된 정권 생명줄 끊어놓고…이명박에 대한 적개심 하늘 찔러’에서 “흡사 과거 군사정권 시절의 ‘정치살인’을 연상시키는 섬뜩한 내용”이라고 표현했다. <동아일보> 사설도 “선거를 통해 갓 출범한 이명박 정부를 거꾸러뜨리기 위해 대선 불복운동 차원에서 만든 노골적인 정치 프로그램임”을 입증하는 증거로 꼽았다.
최경진 대구가톨릭대 교수는 “조중동의 이메일 내용 상세 보도는 피디수첩 수사와는 별도로 ‘이메일 보도 사건’이라 규정할 수 있을 만큼 사생활과 사상·양심의 자유를 해치는 폭력적 언론의 문제를 고스란히 드러냈다”며 “언론이 결코 해선 안 될 일을 저질렀다”고 지적했다.
‘색깔 칠하기’와 사건 본질을 호도하는 기사도 덧붙었다. 동아는 ‘피디수첩 광우병 편 메인작가 김은희는 누구’ 기사에서 함께 일한 적이 있는 한 작가의 말을 따서 학생운동 전력을 거론하며 ‘이념 공세’를 취했다. 또 ‘피디수첩 삼성 보도 김용철-정의구현사제단 주장 집중부각’ 기사는 2007년 ‘삼성 비자금 사건’ 당시 김 작가가 참여한 3개 프로그램이 삼성에 불리한 편향적 보도를 했다고 서술해 김 작가에게 ‘반기업적 인물’ 이미지까지 덧입혔다. 조선도 ‘방송내용 구성·대본작성까지…영향력 막강’이란 기사 제목을 달아 열악한 처우와 피디·기자와 협력 없인 프로그램 방향을 결정할 수 없는 구성작가들의 처지를 부풀리며 ‘정권에 적대적인 작가의 영향력’을 부각시켰다.
윤여진 언론인권센터 사무처장은 “검찰이 ‘의도’를 가지고 공개하는 개인의 사생활을 조중동이 무차별적으로 받아쓰면서 인권을 짓밟고 있다”며 “검찰이 필요에 따라 언론을 어떻게 이용하고 언론은 또 어떻게 협력하는지를 집중 모니터링해 문제제기를 하겠다”고 밝혔다.
이문영 기자 moon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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