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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형식적 난민 심사 ‘1분당 1명’

등록 2009-06-19 19:32수정 2009-06-20 00:55

세계 난민의 날 9돌, 한국은…
1994년부터 난민 인정 비율 5% ‘하늘의 별따기’
심사절차도 부실…법무부 제도 개선안 발표
40대 중반인 이란 사람 ㅇ씨는 <희망의 소리>라는 국제 기독교방송을 들어왔다. 이란은 개종의 ‘대가’로 사형도 할 수 있는, 이슬람 율법이 지배하는 사회다. ㅇ씨는 2005년 5월 관광비자로 한국에 들어와 그해 가을 기독교로 개종했다. 2005년 12월 국내법을 어겨 출입국관리사무소에 억류된 그는 강제출국 위기에 놓이자 ‘종교적 박해’를 이유로 법무부에 난민 지위 인정을 신청했다. 하지만 법무부와 법원은 그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결국 대법원에서 패소가 확정된 그는 외국인보호소에서 ‘보호 조치’를 받으며 하루하루 강제출국의 두려움에 떨고 있다.

법무부는 아홉번째 ‘세계 난민의 날’을 이틀 앞둔 지난 18일 난민인정협의회를 열어, 자국 정부에 불법체포를 당했던 아프리카 국가 장교 출신 등 9명에게 난민 지위를 인정했다. 이로써 한국에서는 모두 116명이 난민 지위를 인정받았다. 법무부는 또 전담조직을 보강해 1년 안에 심사를 마치고, 1년 안에 결정이 나지 않으면 신청자에게 취업을 허용하겠다는 난민인정제도 개선안을 19일 발표했다.

30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2007년 난민 신청자 처리 현황을 보면, 한국에서는 717명이 신청을 했고 109명에 대한 판정이 내려졌다. 법무부는 이해에 13명이 난민 지위를 인정받아 인정률(11.9%)이 30개국 중 16위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난민 관련 시민단체 등은 전국 출입국관리사무소 보호시설에 수많은 ‘ㅇ씨’들이 갇혀 있고, 정부의 제도 개선책은 ‘쥐꼬리’ 수준에 그친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1994년부터 지금까지 신청자 2323명 중 난민 지위 인정자 비율은 5.1%에 불과하다. 2007년 경제협력개발기구 통계에서도 난민 지위 인정자 수는 아이슬란드(0명), 포르투갈(2명), 그리스(8명)에 이어 뒤에서 넷째다. 30개국 중 23개국의 처리율이 50% 이상인 점을 고려하면, 난민 인정률이 16위라는 정부의 설명은 숫자놀음에 가깝다.

심사 절차도 형식적이라는 비판이 많다. 법무부가 난민인권센터의 정보공개 청구에 공개한 자료를 보면, 지난 4월29일 법무부 난민인정협의회는 2시간 만에 114명을 심사했다. 1명당 1분 남짓 걸린 셈이다. 이에 대해 법무부 관계자는 “협의회 개최 이전에 위원들이 심사 자료를 검토하며, 그 이전에도 오랜 기간 동안 면담을 거치고 있다”고 해명했다. 법무부는 심사에 너무 많은 시간이 걸린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심사 기간이 1년을 넘기면 취업을 허용하겠다는 방침을 내놨지만, 신청자들의 열악한 형편을 고려하면 부족한 조처라는 지적도 일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의 지난해 조사에서, 난민 신청자의 66%가 월소득이 100만원이 안 된다고 답했다.

이런 가운데, 한나라당 황우여 의원 등은 지난 5월 △난민과 난민 신청자의 제도적 보호 △난민 신청자의 구금 금지 △강제송환 금지 등을 담은 ‘난민 등의 지위 및 처우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발의했다. 난민인정협의회 위원인 김성수 서울중앙지법 판사는 “선언에 그치는 인권보호는 장식에 불과하다”며 “이 법안을 통해 난민과 난민 신청인의 지위와 구제 절차가 규정된다면 인권의 사각지대가 조금은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공익법인 공감의 황필규 변호사는 “생소한 언어와 문화, 본국 송환 때 박해 가능성 등 난민이 져야 하는 아픔은 상상을 초월한다”며 “최소한의 생계와 투명한 법적 절차를 보장하는 것은 한국 사회가 떠안아야 할 인권적 요청”이라고 말했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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