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수파괴’ 발탁에 수뇌부 10명 줄줄이 사퇴 가능성
후속 인사 이어질듯…“빨리 조직 추스를 것” 전망도
후속 인사 이어질듯…“빨리 조직 추스를 것” 전망도
21일 천성관 서울중앙지검장이 검찰총장으로 내정됐다는 소식에 일선 검사들은 대부분 놀란 입을 다물지 못했다. 천 지검장의 내정을 예상한 이가 거의 없었던 만큼, 검찰은 이번 사안을 상당히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우선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인사 태풍이 불어닥칠 것”이라는 데에 이견이 없다. 사법시험 동기나 후배가 총장이 되면 선배나 동기생들이 옷을 벗는 관례에 따라, 이번에 사직할 검찰 간부는 무려 10명에 이른다. 천 지검장의 선배인 20회와 21회가 각각 2명과 5명이고, 22회 연수원 동기는 3명이다. 고검장급 9명 전체를 포함해 일부 지검장까지 물러나는 초유의 일이 벌어지게 됐다. 이는 국민의 정부나 참여정부 초기에 있었던 검찰 수뇌부 물갈이 인사보다 폭이 훨씬 넓다.
또 천 지검장 바로 아래 기수인 23회 전원이 고검장급으로 승진하기 어려워, 승진에 탈락한 이들이 추가로 사퇴를 하게 되면 인사 폭은 더 커질 수 있다. 검사장급 고위 간부들의 공석이 워낙 많이 생긴 탓에 연쇄적인 승진 인사와 자리 이동도 불가피하다. 이 때문에 검찰은 당분간 인사를 둘러싼 진통을 겪게 될 것으로 보인다.
천 지검장의 내정이 검찰 조직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도 관심사다. 그가 공안통인데다, 지난 ‘용산 참사’ 수사와 <문화방송> ‘피디수첩’ 수사에서 보듯 정권의 의중을 잘 헤아리기 때문에 현 정부의 강경 기조가 더 강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정부의 검찰 장악이 더 심해질 것이란 우려도 있다. 한 검사장급 간부는 “겉으론 쇄신을 내세웠지만 결국 현 수뇌부 대부분을 내보내고 정부의 의도대로 검찰 조직을 다시 짜겠다는 것 아니냐”라며 “인사권을 행사하는 법무장관의 입김이 오히려 더 세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조직을 추스르는 데 적임자라는 평가도 나온다. 서울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천 지검장이 검사장 승진 이후엔 법무부나 대검이 아닌 일선 지검에서 현장 관리를 오래 했다”며 “내부 직원들의 평가도 좋아 검찰 조직이 빨리 안정될 수 있다”는 기대감을 나타냈다.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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