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간첩으로 몰려 길게는 18년 동안 옥살이를 한 ‘진도 가족 간첩단 사건’ 관련자들이 재심을 받게 됐다.
서울고법 형사1부(재판장 조병현)는 22일 박동운(64)씨 등 이 사건 연루자 5명의 재심 청구를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수사관들이 박씨 등을 영장 없이 임의동행 형식으로 연행한 뒤 두 달여 동안 외부와 고립시킨 상태에서 수사했고, 가혹행위를 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며 “재심 사유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진도 가족 간첩단 사건’은 1980년 당시 중앙정보부가 농협 직원이었던 박씨와 박씨의 동생, 어머니 등 가족·친지 7명이 “전남 진도에서 24년 동안 고정간첩으로 암약했다”고 대대적으로 발표한 사건이다.
당시 중앙정보부는 “고정간첩단이 있다는 말을 전해 들었다”는 남파간첩의 진술을 바탕으로, 한국전쟁 때 월북한 박씨 아버지의 주변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박씨 등은 “고문에 의해 거짓 자백을 했다”며 혐의를 부인했지만, 법원은 1981년 박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또 사형을 선고받은 박씨의 외조카 김아무개씨는 사형이 집행됐다.
한편, ‘가족 간첩단’에 동조해 진도의 경비 상황 등을 알려줬다는 이유(간첩방조)로 10여년 동안 옥살이를 한 석아무개(75)씨 등 4명은 지난 1월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2007년 7월 ‘진도 가족 간첩단 사건’을 조작 사건으로 규정하고 국가에 사과 및 재심 조치를 권고한 바 있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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