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KBS 강성철 이사 임명 무효” 판결 파장
이병순 사장 임명 정당성도 ‘흔들’…KBS 안서도 “법적 타당성 공론화”
서울행정법원의 26일 <한국방송>(KBS) 강성철 이사 임명 무효 판결은 강 이사의 이사회 입성과 동시에 강행된 정연주 당시 사장 강제 해임에도 법적인 하자가 발생함을 뜻한다. 청와대와 방송통신위원회가 주도한 ‘공영방송 사장 교체를 위한 작업’의 법률적 부당함을 법원이 인정한 셈이다.
지난해 7월18일 방통위는 한국방송 이사직 사퇴를 거부하다 교수 자격을 박탈당한 신태섭 전 이사를 해임하고 강성철 부산대 교수를 보궐이사로 추천했다. 정 사장을 해임하기 위한 신호탄이란 비난이 잇따랐다. 동시에 11명으로 구성된 한국방송 이사회의 여야 구도도 ‘5 대 1 대 5’(1명은 견해 불투명)의 ‘팽팽한 균형’에서 ‘6 대 1 대 4’의 ‘여쪽 우세’로 기울었다.
한국방송은 결국 20일 후인 8월8일 신 전 이사가 빠지고 강 이사가 포함된 ‘재편된 이사회’를 열어 정 사장 해임 제청을 의결했다. 정 사장 해임에 반대하는 야당 쪽 이사 4명이 퇴장하고 이춘발 이사가 불참한 상태에서 여당 쪽 이사 6명만 남아 의결을 강행했다. 강 이사 임명이 무효화되면 ‘재적 이사 과반 찬성’이란 의결 요건을 갖는 이사회 구조상 여당 이사 5명으로 추진된 해임 제청은 적법성 논란에 맞닥뜨릴 수밖에 없다. 극심한 진통 끝에 단행된 이병순 사장 임명의 정당성에도 금이 가게 됐다.
당장 한국방송 내에선 정 전 사장 해임의 문제점을 공론화할 움직임이 일고 있다. 한 야당 쪽 이사는 “법원이 청와대의 강 이사 임명을 위법하다고 판결한 만큼 정연주 당시 사장을 해임 제청한 이사회 의결 요건에 결함이 발생했다”며 “다음달 8일 열리는 이사회에서 해임 제청의 법적 타당성을 문제삼겠다”고 밝혔다. 정 당시 사장 해임에 반대했던 한 관계자도 “향후 대응방안을 놓고 의견을 모으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장 해임 자체가 무효화되기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인다. 일단 청와대는 대법원까지 항소할 게 분명하다. 2~3년 걸리는 항소에서 신 교수가 승소하더라도 행정소송법상 ‘사정판결’(원고의 청구를 인정해도 처분을 취소하지 않을 수 있음) 조항에 따라 정 전 사장이 반드시 복귀할 것이란 보장도 없다. 현 이사들의 임기가 올 8월 말이면 끝나, 강 이사 역시 결심 판결 전에 이사직을 마무리하게 된다. 다만 정연주 당시 사장 강제 해임의 문제가 인정된 만큼, 현재 그를 대상으로 진행중인 배임 관련 형사소송엔 간접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없지 않다. 이문영 기자 moon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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