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진출 희망 회원들, 의정활동 이해 돕기위해…” 의원 법률지원단 참여 공문
서울 서초동에 사무실을 둔 한 변호사는 최근 서울지방변호사회(서울변회·회장 김현)로부터 ‘국회의원 지원변호사단’이라는 낯선 이름의 활동에 참여해달라는 독려 공문을 받았다. 수당을 받고 국회의원에게 법률 자문을 해주는 것인데, “국회 진출을 희망하는 회원에게 의정활동에 대한 이해를 돕는” 효과도 있다는 설명이 붙어 있었다.
이 변호사가 혀를 찬 대목은 이를 ‘공익활동’으로 인정한다는 서울변회의 방침이었다. 그는 변호사법에 따라 연간 30시간을 채워야 하는 공익활동은 소외받는 이들에 대한 법률서비스 제공이 주된 취지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 변호사는 이익단체인 변호사회의 활동이 자칫 ‘로비 행태’로 비칠 소지가 있는데다 회원들의 정계 진출을 돕는다는 뜻에서 마련한 제도를 공익활동으로 보는 것도 납득하기 어려웠다. 그는 “법조계와 정치권의 유대를 강화하려는 제도가 아니냐”고 말했다. 변호사업계는 유사 직역인 법무사, 변리사, 세무사 단체 쪽과 업무영역 등을 두고 ‘입법 다툼’을 벌이고 있다.
변호사들의 사회적 책무를 실천한다는 목표로 2000년에 만들어진 ‘공익활동 의무제’가 이처럼 편법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변호사들은 연간 30시간 이상 공익활동을 해야 하지만, 변호사회의 느슨한 기준 때문에 제도의 참뜻이 훼손되고 있다는 것이다.
법무법인들은 소속 변호사 가운데 일부가 한 활동을 나눠 전체 변호사들의 공익활동 내역으로 보고하고 있다. 공익활동 시간을 ‘분배’할 수 있도록 2005년에 규정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경력이 짧은 변호사를 ‘공익활동 전담’으로 배치하고 있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공익’의 범위가 넓은 것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사법연수원생들을 ‘변호사 시보’로 활용하는 것도 공익활동으로 인정된다. 한 변호사는 “시보를 받는 곳은 교육 기간에 시보의 숫자를 곱해 공익활동 기간으로 인정받는다”며 “이 때문에 되도록 많은 사법연수원생들을 받는 법무법인도 꽤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에는 대법원이 주최한 ‘대한민국 사법 60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것도 공익활동으로 인정받았다.
‘국회의원 지원변호사단’을 둘러싼 논란을 두고 서울변회는 “국회 쪽에서 먼저 요청이 있어서 제도를 마련했다”며 “내부에서 오해를 살 수 있다는 의견이 있었지만, 실질적인 공익활동을 하는 방향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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