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법 ‘정규직 전환’ 발효 하루전
“2007년 비정규직법이 시행되면서 함께 일하는 언니 8명이 정규직이 됐어요. 그래서 꿈이 생겼고 ‘나도 정규직이 되겠구나’ 싶어 더욱 열심히 일했죠. 그런데 이제 정규직 전환은커녕 이렇게 해고를 당하니 답답하기만 해요.”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보훈병원)에서 일하는 윤아무개(43)씨는 6월의 마지막 날을 안타깝고 씁쓸하게 보냈다. 비정규직 노동자인 윤씨는 30일 계약이 해지됐다.
정부와 한나라당이 비정규직법 개정을 추진하면서 정규직 전환 대책을 추진중이던 공공기관에서 이날 정규직 전환을 포기하고 계약 해지를 하는 사례가 잇따랐다.
보훈병원은 이날 윤씨를 비롯해 비정규직 23명에게 최종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서울·부산·광주 등 3곳의 보훈병원에서 일하는 조리사, 행정·시설기능직, 간호조무사 등이 대상이었다. 애초 보훈병원은 2007년 비정규직법 시행에 맞춰 정부 차원에서 마련된 ‘공공기관 비정규직 전환 대책’에 따라 지난해까지 약 200명 정도의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황미숙 노조위원장은 “당시 2년이 되지 않아 정규직으로 전환되지 않은 사람들 100명 정도가 연말까지 해고될 것”이라며 “지난해 갑자기 비정규직법 개정 논의가 나온 뒤, 회사에서 정규직 전환 이야기가 사라졌다”고 말했다.
해양수산개발원 비정규직 노동자 13명도 이날 계약 해지됐다. 해양수산개발원은 2007년 비정규직법 시행에 맞춰 20명을 무기계약직(정규직)으로 전환했지만, 시기를 놓친 사람들에겐 해고가 기다리고 있었다. 계약 해지 통보를 받은 노동자들은 당시 무기계약직 전환 시험에 떨어져 다음 기회를 기다리고 있었다.
<한국방송>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420명에 대한 구조조정 계획도 이날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한국방송은 30일 계약이 끝난 18명을 끝내 해고했다. 산재의료원 비정규직 노동자 30여명도 마찬가지였다. 주택공사, 토지공사도 비정규직을 해고 대열로 내몰았다. 김진일 산재의료원 노조 사무국장은 “이들은 상시고용직인 만큼 공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보건의료노조는 보훈병원과 산재의료원 해고 노동자의 복직을 촉구하기 위해 투쟁에 들어간다고 이날 밝혔다. 보건의료노조는 “공공기관부터 비정규직법을 악용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민주노총도 산하 지부에 속한 비정규직 노동자의 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대정부 투쟁에 나설 참이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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