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초 알려진 액수 2배…“은행대출로 7억 갚아”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가 강남의 28억여원짜리 아파트를 사는 과정에서 친분이 있는 기업인에게 15억5천만원을 빌렸던 것으로 30일 확인됐다. 이는 천 후보자가 서울중앙지검장 부임 뒤 박아무개씨한테서 빌린 것으로 애초 알려진 8억여원의 갑절가량이다. 외형상 흠은 없지만 적절한 처신이었는지가 논란의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국회에 보낸 천 후보자의 인사청문 요청자료를 보면, 천 후보자는 지난 3월10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213㎡(65평)짜리 아파트를 28억7500만원에 사들였다. 그는 다른 재산이 서울 잠원동 아파트(9억1200만원)와 충남 논산의 논(6천만원), 예금 수천만원 정도이지만, 개인과 금융기관한테 23억5천만원을 빌려 이 아파트를 마련할 수 있었다.
검찰총장 인사청문회 준비팀은 “천 후보자가 지난해 6월부터 신사동 아파트에 전세로 입주해 살고 있었는데 집주인이 갑자기 집을 팔려고 내놨고, 딸과 곧 결혼할 아들 부부와 함께 살기 위해 큰 집을 사게 됐다”고 밝혔다. 천 후보자는 이 과정에서 이 아파트의 같은 동에 사는 박씨에게 8억원을 꾼 것으로 나온다.
그런데 천 후보자는 애초 박씨한테 8억원이 아니라 15억5천만원을 빌린 것으로 밝혀졌다. 인사청문회 준비팀은 “천 후보자가 잠원동 아파트가 팔리지 않아 어쩔 수 없이 박씨에게서 15억5천만원을 임시변통했다”며 “이 중 7억5천만원은 6월에 은행 대출을 받자마자 이자 400만원을 얹어 바로 갚았다”고 밝혔다. 당시 등기이전을 위해 집값을 모두 치러야 했기 때문에 박씨에게서 그만한 돈을 융통했고, 석 달 뒤에 장기 모기지론과 신용대출을 받아 일부를 갚았다는 것이다.
천 후보자 쪽은 검증 기준 시점이 6월21일이기 때문에 그 전에 해소된 채무 7억5천만원은 인사청문 자료에 넣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돈을 빌려준 박씨는 서울에서 중견 제조업체를 운영하고 있고, 천 후보자와 10여년간 교류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인사청문회 준비팀 관계자는 “검찰에 박씨의 업체와 관련한 사건이 접수된 바는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며 “현재 매매가가 14억~15억원에 이르는 잠원동 아파트가 팔리면 천 후보자가 남은 채무도 정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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