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찰특공대 ‘참사현장 재연’ 컨테이너 망루 접근
서울경찰특공대가 ‘대테러 종합전술훈련’을 진행하면서 마치 지난 1월 발생한 ‘용산 참사’ 현장을 그대로 재연해 놓은 듯한 상황에서 농성 진압 훈련을 벌여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경찰특공대는 2일 오전 10시30분부터 1시간30분 동안 서초구 방배2동 남태령 고개 부근의 서울경찰특공대 훈련장에서 국가 중요시설 등에 테러 상황이 발생했을 경우에 대응하는 종합전술훈련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는 주상용 서울경찰청장을 비롯한 경찰 간부 등 100여명이 초청됐다.
이날 훈련은 항공기·건물·차량 진입, 폭발물 처리, 저격·종합무술 시연 등의 순서로 진행됐지만, 훈련 중간에 용산 참사를 복습하는 듯한 장면을 연출해 일부 참석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경찰은 이날 훈련용 건물 위에 망루를 세워 놓고 용산 참사 때처럼 컨테이너를 통해 망루에 접근하는 모습을 시연했다. 경찰은 망루 외벽에 빨간 글씨로 ‘생존권 보장’ 등의 글씨를 써 놓는가 하면, ‘투쟁’이라고 적힌 펼침막을 내걸기도 했다. 경찰의 진압이 시작되자 철거민 역을 맡은 경찰들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각목을 들고 특공대에 격렬히 저항하다 진압됐다.
박래군 ‘용산 참사 범국민대책위원회’ 공동집행위원장은 “용산 참사가 터진 지 5개월이 넘도록 경찰은 유족들에 대한 사과는커녕 추모집회마저 방해해 왔다”며 “경찰이 생존권을 요구하는 철거민을 테러리스트로 본다는 점을 다시 한 번 증명한 셈”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경찰특공대 관계자는 “철거민과 관련된 훈련은 90분에 걸친 전체 훈련 가운데 3~4분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며 “특히 용산 참사를 염두에 둔 것은 절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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