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67) 전 삼성그룹 회장의 삼성에스디에스(SDS) 신주인수권부사채(BW) 헐값발행 사건 파기환송심 변론준비기일이 3일 서울고법 형사4부(재판장 김창석) 심리로 열려, 특별검사와 이 전 회장 쪽이 배임액 산정 방식을 놓고 공방을 벌였다.
윤정석 특별검사보는 “이미 다른 사건에서 당시 에스디에스의 적정 주가를 주당 5만5000원으로 인정한 바 있으며, 이를 부정할 특별한 이유가 없다”며 “배임에 의한 손해액 산정에서도 이 기준을 따라야 한다”고 밝혔다. 특검 쪽은 에스디에스가 이재용(41) 삼성전자 전무 등에게 주당 7150원에 신주인수권부사채를 발행한 1999년 2월26일 당시 장외거래가가 5만5000원이기 때문에, 321만6780주의 신주인수권 부여에 따른 배임액이 1539억원에 이른다며 이 전 회장을 기소했다.
이 전 회장의 변호인인 김승섭 변호사는 “당시 비상장주식 거래시장에서 소수 인원이 주가조작을 한 움직임이 포착된다”며 “주가조작으로 부풀려진 금액을 손해액 산정 기준으로 삼으면 안 된다”고 맞섰다.
이 사건의 1심 재판부는 당시 주가는 주당 9192원으로 보는 게 적절하다며 배임액이 최대 44억원에 그친다고 산정한 뒤 공소시효(7년)가 지났다는 이유로 면소 판결을 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손해액 규모가 어떻든 죄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배임액을 다시 따져 유무죄를 가리라며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이 전 회장은 배임액이 50억원이 넘는다는 산정 결과가 나오면 공소시효(10년)가 지나지 않은 게 돼 유죄 선고를 피할 수 없다.재판부는 앞으로 각각 한 차례씩 변론준비기일과 공판기일을 진행한 뒤 다음달 14일 선고공판을 열 예정이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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