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희노동부장관이 1일 과천 청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비정규직문제에 대해 이야기하는 도중 손수건으로 땀을 훔치고 있다. 김경호기자
[비정규직법 시행 사흘째]
해고 ‘부풀리기’·법 개정에만 매달려
노동계, 법위반 사업장 집단소송키로
해고 ‘부풀리기’·법 개정에만 매달려
노동계, 법위반 사업장 집단소송키로
비정규직법의 정규직 전환 조항이 발효된 지 사흘째인 3일, 전국 일부 사업장에서 비정규직의 해고 대열이 이어졌다. 하지만 비정규직법 취지에 따라 정규직 전환을 독려해야 할 노동부는 여전히 법 개정에만 매달리고 있어, 정치권과 노동계에서 이영희 노동부 장관의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계약 해지’에만 관심 있는 노동부 노동부는 3일 근로감독관을 전국 사업장에 파견해 모은, 62개 업체의 비정규직 해고 사례를 발표했다. 충남 부여군의 한 제조업체가 지난 1일 193명을 계약해지했고, 경기 성남시의 한 은행과 대구의 텔레마케터업체가 각각 18명, 24명을 이달 안에 계약해지할 예정인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부는 “상당수 사업주가 ‘비정규직법 고용기간 제한 규정이 연장·유예되면 재계약할 의사가 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노동부는 정규직 전환 사례는 발표하지 않았다. 이승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대변인은 “정규직 전환을 독려해야 할 노동부가 비정규직법 개정을 위해 해고 사례를 모으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고 말했다. 노동부 관계자는 “정규직 전환 사례도 모으고 있지만, 취합량이 많지 않아서 발표하지 않았다”고 했다.
노동부 집계에는 대한주택공사와 농협중앙회 등 이미 언론에 알려진 사례도 많이 있었다. 또 비정규직법 시행 이전부터 2년마다 노동자를 주기적으로 교체해 사용해 온 파견업체 10곳도 끼워넣었다.
■ 법 개정에만 몰두하는 이영희 장관 이 장관은 이날 서울 중구 서울지방노동청에서 비정규직을 다수 고용한 18개 기업의 인사부서장과 간담회를 열었다. 인사부서장들은 “정규직 전환이 이상적이지만, 현실적으로는 기간제 사용기간을 늘렸으면 좋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이 장관은 이어 기자회견을 열어 “현행법에선 비정규직으로라도 남으려는 근로자들조차 해고된다”며 법 개정 필요성을 거듭 말했다. ‘노동부 대처가 미흡했다’는 여론에 대해선 “비정규직법이 개정 안 될 것으로 보고 기다렸다는 듯이 대책을 내놔야 하느냐”라고 말했다. 나아가 그는 “비정규직법은 노무현 정부 때 만든 것”이라며, 이전 정부에 책임을 돌렸다.
■ 노동부 책임론 확산 노동계에서도 노동부와 이 장관 책임론이 확산되고 있다. 민주노총에 이어 한국노동조합총연맹도 이 장관의 사퇴를 촉구했다. 정승희 한국노총 부대변인은 “이 장관은 고용 불안을 조장하는 발언을 할 게 아니라, 2년 이상 사용한 비정규직을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하라고 촉구하고 감독해야 한다”며 “책무를 다할 능력과 의지가 없다면 용퇴를 결단하라”고 말했다.
민주노총은 비정규직법 위반 사업장 집단소송, 실태조사 등에 나서기로 했다. 4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앞에서 비정규직법·미디어법에 반대하는 전국노동자대회를 연다. 한국노총도 전국 19개 법률상담소에 ‘부당 계약해지 신고센터’를 설치했다.
남종영 홍석재 기자 fandg@hani.co.kr
남종영 홍석재 기자 fand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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