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이 5일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비정규직 해고대란은 없었고, 오히려 공기업의 해고만 드러나고 있다”며, 정부·여당의 비정규직법 유예 추진 포기를 촉구한 뒤 회견장을 나서고 있다. (왼쪽) 문국현 창조한국당 대표도 기자회견을 열어 “비정규직법 족쇄 연장은 2000만 근로자에 대한 배신이며, 반인권적 반사회적 파렴치 행위다”라고 밝혔다.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법조계·노동계 “2년됐다고 무조건 해고는 부당”
KBS 노동자 중 상당수…민노총 “법적 대응”
KBS 노동자 중 상당수…민노총 “법적 대응”
비정규직법의 정규직 전환 조항이 지난 1일 발효된 가운데, 비정규직 노동자의 계약 해지가 잇따르고 있다. 하지만 계약기간이 2년이 넘었다고 무조건 해고할 수는 없다는 반론이 노동계와 법조계에서 나오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근로계약을 수차례 반복 갱신한 ‘장기 근속 계약직 노동자’들이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법률원의 권두섭 변호사는 “2007년 7월 비정규직법 시행 이전부터 계약직 노동자로 오랫동안 근무하다가 이번에 계약 해지된 경우는 사정이 다르다”며 “대법원 판례 등이 법 시행 전부터 확립돼 있는 만큼 법정에서 충분히 다퉈볼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법원은 수차례 계약을 반복 갱신한 노동자를 ‘계약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무기계약직)로 봐 왔다. 따라서 이런 법 해석에 따라 정년이 보장되는 무기계약직 요건을 갖춘 경우, 비정규직법이 발효됐다고 해서 계약을 해지하면 부당해고 판결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의 권영국 변호사도 “실질적인 무기계약직의 경우에는 비정규직법과 관계없이 사용주가 마음대로 계약 갱신을 거절할 수 없다”고 밝혔다.
비정규직 420명의 구조조정을 시행하는 <한국방송>의 경우에도, 5일까지 계약해지를 당한 21명 가운데 14명이 2004년 이전부터 일한 장기 근속자들이다. 김효숙 언론노조 한국방송 비정규직 지부장은 “대부분이 회사에서 ‘별다른 사유가 없으면 계속 일하게 될 것’이라는 얘기를 들었다는 점에서 더욱 문제가 크다”라며 “부당해고 소송을 벌일 것” 이라고 말했다.
또 하나의 쟁점은 비정규직 일자리가 상시적 업무에 해당하느냐 여부다. 장기 근속자일 경우, 일자리가 상시적 업무일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비정규직법의 정규직 전환 조항을 회피하기 위해 사용주가 노동자들의 계약을 해지한 뒤 파견업체 등 외주업체로 돌리면 문제의 소지가 있다. 권영국 변호사는 “파견업체로 전환된 노동자에게 기존과 똑같이 업무를 직접적으로 감독·지시하면 부당해고로 간주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비정규직을 해고할 때도 신의의 원칙에 따른 합리적인 사유가 제시돼야 한다고 법률 전문가들은 말한다. 최성호 변호사는 “최근 법원이 관련 판례를 통해 ‘합리적인’ 해고 사유를 요구하는 만큼, 사용주가 노동자를 단기간 고용했다고 하더라도 비정규직법의 취지에 반해 정규직 전환을 회피하기 위해 해고하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런데도 정부가 계약기간 2년이 만료되면 사용주가 맘대로 노동자를 해고해도 문제가 없다는 태도를 보이는 것에 대한 비판도 쏟아지고 있다. 권영국 변호사는 “우선 상시적 업무의 장기 근속 비정규직 등에 대해 계약 해지가 남발되지 않도록 노동부가 홍보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노동부 관계자는 “비정규직법 판례가 쌓이지 않아서 홍보에 나서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민주노총 법률원은 민변과 공동대리인단을 구성해 비정규직 부당해고 사례를 모은 뒤 소송을 벌일 예정이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한편, 민주노총 법률원은 민변과 공동대리인단을 구성해 비정규직 부당해고 사례를 모은 뒤 소송을 벌일 예정이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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