ㅇ사는 2007년 남성의 성기를 흉내내 만든 여성용 자위기구 10개를 중국에서 항공편으로 들여와 인천공항 세관에 통관을 신청했다. 실리콘 재질에 길이 21.5㎝인 이 기구에는 진동기가 내장돼 있었다.
세관은 ‘헌법질서를 문란하게 하거나 공공의 안녕 또는 풍속을 해치는 물품’의 수입을 금지하는 관세법에 따라 통관 허가를 내주지 않았다. 이에 불복한 ㅇ사는 “여성의 자위행위가 선량한 풍속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고, 정상적인 부부의 성행위에도 보조기구로 사용되는 점, 장애인 부부의 성문제 해결에도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는 점에서 풍속을 해치는 물품으로 볼 수 없다”며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ㅇ사의 손을 들어줬다. 당시 재판부는 △기구의 색상이 피부색과 달리 밝은 살구색이고, 성기 모양을 개괄적으로만 표현한 점 △성인용품에 대한 사회의 개방성 △민간신앙 차원에서 남근석을 마을에 설치했던 점 △여성의 성적 자기결정권 등을 이유로 “일반인의 성적 수치심과 선량한 성적 관념에 반하는 음란한 물건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항소심은 “남성 성기를 지나치게 노골적으로 표현했다”며 1심의 판단을 뒤집었다.
그러나 대법원 3부(주심 신영철 대법관)는 “살구색은 사람의 실제 피부색과 많은 차이가 나고, 그 모양도 손잡이 부분에 건전지 투입구가 있는 일자형으로 남성의 성기를 개괄적으로 묘사한 것에 불과하다”며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한 음란한 물건으로 볼 수 없다”며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6일 밝혔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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