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장급 이상 18~20명 물갈이 될듯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의 정·관계 로비 의혹 수사를 이끌었던 이인규(51·사법연수원 14기·사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이 7일 오전 사직서를 냈다.
이 부장은 이날 오전 문성우 대검 차장에게 사직서를 낸 뒤 “검사로서 소임을 다했다. 이제는 떠나야 할 때가 됐다”는 짧은 소회를 남기고 휴가를 떠났다. 그의 사퇴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에 따른 검찰 안팎의 비판적 여론을 의식한 것이지만, 다음주로 예정된 검찰 고위 간부 인사를 앞두고 조직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이 부장은 수사 결과에 대한 내부 여론이 좋지 않자 지난달 중순 구두로 사의를 밝혔으나, 검찰 원로들이 만류해 일단 접은 뒤 사퇴 시기를 저울질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 검찰1과장을 지내는 등 기획 쪽에서 주요 경력을 쌓은 이 중수부장은 2003년 서울지검 형사9부장 때 에스케이(SK) 분식회계 사건 수사를 통해 ‘살아 있는 재벌’을 단죄하며 주목받았다. 이후 대검 범죄정보기획관, 기획조정부장 등 요직을 거쳤다.
한편, 이 중수부장 외에도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의 연수원 동기(12기)인 이준보 대구고검장, 이귀남 법무부 차관, 김종인 서울동부지검장, 김수민 인천지검장 등 4명이 모두 최근 사퇴 의사를 밝혔다.
천 후보자의 선배인 현직 고검장급 이상 간부들과 고검장 승진에서 탈락한 이들까지 포함하면 향후 검사장급 이상 고위 간부들의 인사 폭은 사상 최대가 될 전망이다. 법무부는 오는 13일로 예정된 천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 직후 곧바로 검사장급 이상 간부들의 승진·전보 인사를 할 예정이며, 인선 작업도 대부분 마무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인사로 옷을 벗게 되는 검사장급 이상 고위 간부는 18~20명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되며, 이에 따른 일선 중견 간부들의 연쇄 이동도 예정돼 있다. 앞으로 한 달 정도는 검찰 조직 전체가 물갈이 인사로 술렁이는 상황이 불가피한 셈이다. 관심을 모으고 있는 후임 서울중앙지검장에는 연수원 13기에서 한상대 법무부 검찰국장, 차동민 수원지검장, 박용석 부산지검장 등이, 14기에선 노환균 대검 공안부장, 채동욱 법무부 법무실장 등이 거론된다.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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