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연명치료 거부권리는 존중
불필요한 연명치료를 중단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 이후 국회 등에서 논의하고 있는 ‘존엄사’ 관련법 제정에 천주교 쪽이 반대하고 나섰다.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는 8일 서울 중곡동 주교회의 건물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안락사로 인식되는 존엄사를 허용하는 법 제정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장봉훈 주교회의 생명윤리위원회 위원장은 성명을 내어 “대법원의 판결은 불필요한 연명치료를 중단할 수 있다는 것이었지, 환자의 죽음이나 존엄사를 의도한 것은 아니었다”며 “최근 우리 사회에서 사용되고 있는 ‘존엄사’는 안락사를 아름답게 포장한 개념에 지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인공호흡기를 뗐는데도 환자가 2주일 이상 생존하는 것에 당황하거나 의아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우리 사회에서 논의되는 존엄사가 사실은 ‘안락사’였다는 것이 주교회의의 견해다. 그래서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에 ‘존엄사’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은 지양돼야 한다”는 것이다.
주교회의는 이어 “경제적인 이유가 인위적인 생명 단축의 수단으로 이용되지 않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기 전에는 존엄사 논의는 시기상조”라고 밝혔다.
다만 인공호흡기로 연명해야 하는 환자가 연명치료를 거부할 수 있다는 점에는 주교회의는 반대하지 않았다. 주교회의는 “삶의 마지막 시기를 맞이한 환자가 자력으로 호흡할 수 없게 돼 인공호흡기로 연명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을 때 환자가 인공호흡기 부착을 거부하는 것은 반대하지 않는다”며 “그러나 인공호흡기를 제거했더라도 정상적인 간호, 영양 및 수분 공급은 중단되어선 안 되는 가장 기본적인 치료행위”라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달 23일 신촌세브란스병원에서 인공호흡기를 뗀 김아무개(77) 할머니는 인공호흡기를 뗀 지 15일째인 이날 오전 산소포화도 98%, 혈압 127~69로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정유경 기자 himtra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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