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사장, 주력사 지분 기아차 1.99%뿐
그룹내 독자기반 약해…딸들·사위도 변수
“소리없이 진행중” “전문경영인 거론” 의견 분분
그룹내 독자기반 약해…딸들·사위도 변수
“소리없이 진행중” “전문경영인 거론” 의견 분분
현대차그룹 ‘포스트 MK’ 관심 고조
정 회장의 후계구도는 외아들인 정의선(39) 기아차 사장으로 이미 정리돼 있다. 외견상 ‘포스트 MK’의 불확실성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속사정은 간단치 않다. 먼저 경영권 승계의 전제인 지분 이전이 이뤄지지 않았다. 그룹 소유구조는 현대차·기아차·모비스·현대제철 등 4개 주력사간 순환출자가 골간이다. 정 사장의 주력사 지분은 기아차의 1.99%뿐이다. 정 사장은 글로비스(31.9%)·오토에버(20.1%)·엠코(25.1%) 등 비상장 지분이 있지만, 핵심은 아니다. 정 사장의 그룹 내 독자기반도 약하다. 한 임원은 “이에스(ES·정 사장의 애칭)가 명색은 사장이지만, 권한은 거의 없다”며 “그에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말한 임원들이 잇따라 물먹으면서 모두들 입조심을 한다”고 귀띔했다.
정 회장의 딸들도 변수다. 첫째인 정성이(46)씨는 2005년에 세운 그룹 광고회사인 이노션의 경영을 맡고 있다. 그의 이노션 지분은 40%로, 동생인 정 사장과 같다. 둘째인 정명이(44)씨와 그의 남편인 정태영 현대캐피탈 사장은 지난해 신설한 현대커머셜의 지분 30%를 확보했다. 현대차의 한 임원은 “정태영 사장은 사석에서 현대차 경영에도 관심을 보이는 등 적극적”이라고 말한다. 정 회장의 부인인 이정화(70)씨가 딸들과 함께 그룹 행사에 참석하는 일이 늘어나는 것도 그룹 안에선 화제다.
최대 관심은 정몽구 회장의 태도다. 기아차의 한 임원은 “정 회장이 사석에서 종종 아들에 대한 불만을 토로한다고 한다”며 “회장 눈에는 아직 부족한 게 많아 보이겠지만, 이에스의 입지에는 안 좋은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정 회장 핵심 측근들의 정 사장에 대한 견제가 심하다는 얘기도 나온다. 그룹의 고위 임원은 “‘왕당파’, ‘3인방’ 등으로 불리는 측근들이 정 회장의 눈귀를 가린다는 얘기도 있지만, 회장의 의중에 어긋나면 가능한 일이겠느냐”며 “사석에선 향후 전문경영인 체제로 갈지도 모른다는 얘기도 오간다고 한다”고 말했다. 오너·전문경영인 체제는 각기 장단점이 있다. 오너체제를 고수할 경우 총수가 절대권한을 행사하는 ‘MK식 1인 통치’가 안고 있는 지배구조의 위험성을 개선해야 한다. 전문경영인 체제로 바꾸려면 그에 맞게 새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상당한 준비가 필요한데, 아직 그런 기미는 없다. 오히려 부회장과 사장들이 잇따라 임명된 지 얼마 안 돼 경질될 정도로 전문경영인의 입지는 취약하다.
‘포스트 MK’의 불확실성에 대한 반론도 있다. 내부적으로 준비작업이 소리없이 진행중이라는 것이다. 현대차의 임원은 “최근 모비스-오토넷 합병으로 오토넷의 대주주인 글로비스가 모비스 지분 0.67%를 확보하게 됐다”며 “지분은 적지만 정 사장이 그룹의 한 축인 모비스에 뿌리를 내리는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정 사장이 최근 대통령의 방미행사 때 그룹 대표로 참석하는 등 보폭을 넓혀가는 것도 강조된다. 지난해 말 그룹 부회장들이 대거 물러난 것도 그를 위한 사전포석이라는 해석도 있다. 하지만 그룹의 한 임원은 “현대차를 잘 모르는 얘기”라며 “정 회장이 건재한 상황에서 정 사장이 실질적 힘을 얻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세계 자동차업계는 경제위기 속에서 미국 빅3의 몰락과 일본 업체들의 고전 등 격변이 진행중이다. 현대차가 이런 불확실성을 극복하고 위기를 기회로 만들려면 지배구조의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곽정수 대기업전문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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