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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노조가 수정안 내면 언제든 대화 나설것”

등록 2009-07-12 18:54

박영태 쌍용차 공동관리인
박영태 쌍용차 공동관리인
박영태 쌍용차 공동관리인
“이기회 놓치면 영원히 못바꿔”
<한겨레>는 파업 52일째를 맞은 쌍용자동차 사태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 회사와 노조에 각각 상대방의 처지에서 질문을 던졌다. 박영태 공동관리인(사장)의 인터뷰에 이어 내일치엔 한상균 노조위원장의 인터뷰를 싣는다. 지난 10일, 예정시간을 훨씬 넘겨 3시간에 가깝게 진행된 인터뷰 말미에 박 사장은 “지금 힘들지만 이 고비를 넘기면 쌍용차의 노사관계는 한단계 성숙할 거다. 직원들의 눈빛이 달라졌다”며 희망을 내비쳤다.

- 회사의 구조조정안이 인력, 특히 생산직 구조조정에 집중됐다는 지적이 많다.

“막판에 인력 구조조정이 부각됐지만 사업, 재무 등 모든 걸 고려했다. 계열사도 없고 주인이 있는 회사도 아니라 사업 조정이라곤 땅 몇천평 파는 것밖에 없지만 임원들은 54%까지 임금 삭감을 했다. 상하이자동차에 대해선 앞으로 법에서 가능한 최대치로 감자를 할 거다. 지켜봐달라. 해외CB 채권자 등 채권단도 어느 정도 희생을 요구할 수밖에 없을 거다. 인력 구조조정만이 아니라는 거다. 물론 우리도 지금 사회 안전보장이 얼마나 부족한지 안다. 그래서 먼저 희망퇴직한 이들에겐 미안하지만 희망퇴직 기회를 다시 주고 협력업체 취업 등을 제안했던 거다.”

- SUV 등 고급차종 위주 회사의 인당 생산대수를 다른 회사와 비교하는 건 타당한가.

“인력구조조정안은 감사보고서로 쉽게 책상에서 만들어낸 단순수치가 아니라, 전문집단이 전문적인 방법으로 우리 설비와 효율성 등을 공장에 들어와 다 실사하고 도출해낸 수치다. 기준을 공개할 수도 있다. 하지만 중요한 건 그게 아니라는 거다. 우리 생산설비와 효율성 등 지금 조건이 있는데, 인당 생산성이 50대냐 아니냐가 중요한 건 아니다. 어차피 우리 설비와 우리 숙련도에 의해 차 만드는데, 5명 필요한데 4명 갖고 할 순 없는 것 아니냐. 그럼 사람이 필요하게 되면 우린 무조건 나간 사람 중에 쓰겠다는 거다. 물론 새로운 투자자가 왕창 자동화설비 투자하면 사람 안 뽑을 순 있다. 얼마든지 변수가 있는데 지금와서 회복시기가 2012년이 맞느니, 인원이 틀리니 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냐는 거다.”

- 지난달 송명호 평택 시장의 중재 등 대화 때마다 회사가 거부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 부분은 송명호 시장과의 약속도 중요하지만, 내겐 우리 노조와의 약속이 더 중요하다. 지금 말할 수 없는 부분이 많다. 하지만 대화를 안 한다는 건 오해다. 하루에 4시간, 많은 날은 13~14시간씩도 가장 최근까지 대화를 했다.”


- 전문가들은 5+5 같은 워크셰어링으로 같은 비용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한다.

“지금 시점에 다시 재가동하면 아직 생산 안되는 C200 대기인력을 포함한 잉여인력이 760명이다. 거기에 970명을 끌어안으라 하면, 어떤 투자자가 와서 투자를 하겠냐. 순환휴직은 극히 비효율적이다. 임금도 낮게 받거니와 6개월 쉬고 6개월 일하면 품질도 엉망이 된다. 지난해 진정으로 얘기할 때 왜 안 받아들이고 이제와서 그러는지….”

- 좁혀질 여지가 없는가.

“대화라는 게 서로 조금씩 바뀌는 게 있어야 하잖은가. 우리는 최종안을 내며 사실상 2646명의 구조조정 숫자는 연연하지 않기로 했다. 다만 절대 양보할 수 없는 원칙이 있다. 회복시기가 2012년이 되든 그보다 빨리 오든 그때가 되면 먼저 희망퇴직한 1640여명과 지금 파업인원들을 동등한 비율로 다시 불러들이겠다는 거다. 희망퇴직자들은 회사라는 배가 좌초 위기에 몰리자 잠시 배를 내린 사람들이다. 난 눈물을 흘리며 떠나는 그들에게 “반드시 배를 고쳐 구해주러 오겠다”고 약속했다. 지금 파업하는 인원들만 복직시키지는 않는다는 거다. 노조는 여전히 총고용 보장과 남은 976명에 대한 고용관계 유지 요구에서 꼼짝 안 하고 있다.”

- 조건없는 집중대화 같은 방안은 없나?

“남들이 상상하는 것 정도는 다 해봤다. 지금도 나한테 정치권부터 경찰까지 그런 전화 온다. 그럼 내가 말한다. 노조쪽이 조금이라도 뭐 변한 게 있으면 메모라도 달라고. 아직까진 없었다. 하지만 노조가 조금이라도 변화된 안을 내놓은다면 언제 어디서든지 대화할 거다. 공개적으로 못할 것도 없다. ”

- 50억 손배소 제기, 최종안 제시일에 공장진입, 노조쪽 폭력 동영상 제공 등 상대편을 자극하는 카드를 회사는 계속 써왔다.

“손배소는 솔직히 대화로 불러낼 수 있는 유일한 압박카드가 그것 하나더라. 회사로서 할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다. 힘도 안되고, 공권력도 안되고, 아무도 도와주지도 않고. 이후를 장담할 순 없지만 지금으로선 법적인 절차는 원칙대로 한다는 게 기본이다. 최종안 제시일에 들어간 건 정말 우리도 계획한 게 아니었다. 최종안이 2시간 만에 거부당하자 흥분한 사원들이 ‘나오고 싶어하는 일부 사람들 위해 담이라도 헐어주자’고 밀고 갔는데 정말 그냥 들어가진 거다. 오죽했으면 모자 하나 방패 하나 없이 들어가 수십명이 부상당했겠냐. 그날 밤 공장 안에서 잠을 안 자고 지켜봤다. 우리 2천명이 민노총 등 30명의 조직적 싸움을 못 당해내더라. 경찰에 신변보호 요청을 했는데 8시간 만에 못 들어간다는 대답이 왔다. 새벽에 철수 결정 내렸을 때 반대가 심했지만, 병원에 입원한 부상자들을 나중에 돌아보며 그래도 그때 철수하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동영상은 이미 포털에 떠 언론들의 요구가 쇄도해 어쩔 수 없었다.”

- 상하이차 로열티 문제는 어떻게 되고 있는가.

“상하이차는 우리 대주주도 아니고 경영권에 간섭하지도 않는 게 현실이다. 그렇지만 감자 문제는 법에서 할 수 있는 최대치를 할 거다. 앞으로 남은 계약관계는 쌍용차 미래에 도움된다 판단하면 계약대로 할 거고 불리하면 단호히 거절할 거다. 지금은 갑을이 바뀌었다. 저번에도 기술연구소 테스트하는데 왜 사람 안오냐 불만이라서, 당신들이 버려놓고 뭔 소리냐, 출장비 없다 했다. 돈도 선수금으로 내라고 그쪽에 요구한다. 과거의 계약 부분에서 그들이 돈을 안 내거나 한 건 거의 없다. 1억700만달러 정도 되는데 대부분 날짜 때 받았다.”

- 엄정한 법집행 요구하는 탄원서를 제출하며 정부에 자금대출을 요청한 건 어떤 배경인가?

“절박한 심정으로 했다. 회사 자산가치가 뚝뚝 떨어지고 회생가능성이 없어져가는 게 내 눈엔 보인다. 쌍용차가 목숨을 붙어있어야만 살아나든 어떻게든 할 수 있다. 할 수 있는 모든 걸 다 해보자고 해서 호소문을 낸 거다. 자금 부분은 기본적으로 공적자금이 아니라 대출이다. 모든 기업에 공적자금을 넣을 순 없다. 하지만 지금은 최소한 희망퇴직한 사람들에 대한 임금이나 희망퇴직금은 줘야 한다. 산업은행 가서도 이젠 C200 개발비 달란 얘기 안하겠다, 적어도 울며 떠난 그들에게 약속한 돈은 줘야 하지 않냐고 했다.”

- 그럼에도 정부부터 같은 자동차업계까지 쌍용차 사태에 무관심하다.

“정부책임론은 어떤 법적인 전제없인 거론하기 힘들다. 사실 쌍용차를 상하이차에 매각하며 당시 주채권은행인 조흥은행 관계자들은 성공적인 인수합병이었다며 요란한 잔치도 했다. 책임이 있다면 되려 그 사람들이지, 정부가 법적근거없이 민간은행이 하는 매각을 막을 순 없다. 하지만 쌍용차 문제를 쌍용차 개별기업 일로만 보는 건 잘못이다. 우리 협력업체의 30~40%가 완성차업체 5곳에 동시에 거래를 하고 있다. 국민들도 완성차업체 숫자가 줄어들면 값싼 차를 구입할 기회가 점점 없어진다. 정부가 지엠대우 문제에 나서고 완성차업체들이 침묵하는 걸 보면, 약자의 설움이다. 그렇다고 어설프게 개입하는 건 사태를 더 꼬이게 할 뿐이다. 정치인들이 파업장 한번 방문하면 그 기운이 사흘은 간다.”

- 충돌과 갈등 양상이 부각되며 시장의 신뢰를 스스로 잃는다는 지적도 많다.

“안다. 지금도 계약되거나 수출예정됐는데 못 만들어낸 차가 8500대다. 이것만 생산해도 2천억 가까이 확보된다. 지금이라도 노사가 손붙잡고 대리점 다니며 잘못했다, 앞으로 고치겠다 약속하며 다닐 때다. 그래서 누구는 적당히 덮고가자고 한다. 나도 20년을 재무쪽하며 숫자 만졌는데 그걸 모르겠냐. 법정관리인 임기 뻔한데 내가 협박 받아가며 버틸 이유가 없다. 하지만 이 기회를 놓치면 쌍용차는 영원히 못 바뀐다. 970명 인원들이 무지무지한 압력단체가 되면서 노사관계 개선 등 모든 문제를 다 쥐고 흔들 거다. 지금까지 잘못된 관행들은 하나도 수정 안 될 거다. 물론 몇년간은 버틸 수 있을 거다. 하지만 앞으로 2~3년동안 70%, 50% 줄어드는 월급 받아가며 남은 계약량 생산하다가 쪼그라들고 말 거다. 이유가 있는 원칙이면 그걸 지킬 수 있도록 만들어줘야 한다. 노조도 법과 제도가 허용하는 한에서 싸워야 한다.”

- 실질적 내용으로 접근하면 타협 가능성이 있는데, 명분과 자존심 싸움에 매달리는 것처럼 보인다.

“사실 이렇게까지 온 데는 노사간에 신뢰가 없었기 때문이다. 협력업체들을 힘겹게 설득해 1~2명씩 모두 받아주기로, 각서까지 썼는데도 안 믿더라. 지난해부터 회사가 위기라고 워크셰어링 하자고 그렇게 말했지만 믿지 않았다. 비정규직으로 채우지 않을 거라고 약속하는데도 안 믿는다. 거기엔 회사의 책임이 크다. 짧게 10년을 돌아보면 늘 회사가 졌다. 파업을 해도 손배소 한번 해본적 없이 적당히 덮고 없던 일로 했다. 경영도 무책임했다. 그동안 그렇게 들어간 비용이면, 노사 함께 해외에 연수도 보내고 노사관계 끌어올릴 방안도 찾을 수 있을 거다. 힘들지만 이번 고비를 넘으면 쌍용차 노사는 그 어느 회사보다 한단계 성숙할 거라고 믿는다. 직원들의 눈빛이 달라졌다.”

경찰의 출입문 봉쇄에 이어 13일 전직원 출근 강행하기로 12일 낮 알려졌지만, 박영태 사장은 이날 오후 전화통화에서 “대화의 틈이 열려있는데 불필요한 자극을 하지 않겠다”며 전 직원 출근은 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대화의 가능성은 열려있다.

글 김영희 기자 dora@hani.co.kr, 사진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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