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적구성 다양화’ 방안 국회 전달
국회 6명·대통령 3명 추천 의견도
국회 6명·대통령 3명 추천 의견도
헌법재판소(헌재·소장 이강국)가 재판관 9명 중 최대 3명을 비법조인으로 뽑아 인적 구성을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국회에 냈다. 또 국회와 대통령, 대법원장에게 3명씩 재판관 추천권을 주는 현행 방식을 바꿔 대법원장 몫을 없애고 국회와 대통령이 각각 6명, 3명씩을 선출·임명토록 해 ‘민주적 정당성’을 확보하자는 의견도 제출했다. 헌재가 이런 의견을 공식화한 것은 처음이다.
12일 헌재와 국회의 말을 종합하면, 헌재는 지난 1월 국회의장 자문기구인 ‘헌법연구 자문위원회’에 “재판관 구성의 다양성 확보를 위해 다원적 가치관과 철학을 가진 재판관들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 재판관 9명 중 최대 3명까지 비법관 출신 인사를 선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헌법은 헌재 재판관이 되려면 ‘법관 자격’을 갖추도록 제한하고 있으며, 헌법재판소법은 ‘법관 자격이 있고 법조 경력 15년 이상인 사람 가운데 대통령, 국회, 대법원장이 3명씩 임명·선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법관 자격을 정한 법원조직법에선 변호사 자격이 있어야 법관을 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그동안 법학계와 시민·사회단체들은 ‘서울대 출신의 50~60대 엘리트 판·검사’ 출신이 주류를 이루는 재판관 구성의 변화를 요구해 왔다. 이웃 일본에서도 우리의 헌재에 해당하는 최고재판소 재판관에 법학교수, 외교관, 행정부 공무원 등이 포함돼 있다.
이와 관련해 이강국 소장도 최근 기자 간담회에서 “재판관 9명 가운데 3명은 법관이나 변호사 자격이 있는 사람 이외에도 다양한 직역에서 들어오도록 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헌재 내부에선 문호를 넓히되 그 범위는 법학교수 정도가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다수인 것으로 전해졌다.
헌재는 이와 함께 헌법 재판의 민주적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국민이 직접 선출한 국회와 대통령이 각각 6명과 3명의 재판관을 선출 또는 임명하도록 헌법을 바꾸자는 의견도 전달했다. 선출되지 않은 권력인 대법원장의 추천권 자체를 폐지하자는 것이다. 또 재판관의 임기도 재판의 지속성과 통일성을 위해 현재 6년인 것을 9년으로 늘리도록 하는 방안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박근용 팀장은 “최근 대법관에 오르지 못한 고위 법관이 재판관이 되는 등 헌재가 ‘고등법원화’한다는 비판이 많았다”며 “인권 등 기본권에 대한 전문성을 갖춘 사람들에게도 문호를 넓혀야 헌법 재판의 취지에 부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헌법연구 자문위원회는 제헌절인 17일께 관련 보고서를 공개할 예정이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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