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참사’ 희생자들의 주검이 안치된 서울 순천향대병원에서 ‘용산 참사 범국민대책위원회’가 12일 오후 기자회견을 여는 동안, 바로 옆 텅빈 분향소에서 한 관계자가 회견을 지켜보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우리의 마지막 길 주검 메고 거리로”
정부, 참사 6개월 되도록 대화 한차례도 없어
“20일까지 협상 없으면 청와대·서울광장으로”
정부, 참사 6개월 되도록 대화 한차례도 없어
“20일까지 협상 없으면 청와대·서울광장으로”
철거민 5명의 목숨을 앗아간 ‘용산 참사’의 유가족들이 참사 발생 뒤 반 년이 지나도록 대화에 나서지 않는 정부를 향해 ‘최후통첩성’ 요구를 내놨다.
‘용산 참사 범국민대책위원회’(범대위)는 12일 희생자들의 주검이 안치된 서울 한남동 순천향대병원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오는 20일로 용산 참사가 벌어진 지 6개월이 된다”며 “그때까지 정부가 협상에 임하지 않는다면 냉동고 속 시신들과 함께 거리로 나설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범대위 쪽은 일단 시신을 냉동차로 옮겨 청와대로 향하고, 여의치 않으면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으로 나갈 계획이다. 또 국민에게 진실을 알린다는 차원에서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등에서 제공한 주검 사진도 공개한다는 태도다.
유족들은 이날 낸 성명에서 “이제는 수많은 분들의 도움을 그만 받을 때가 왔고, 이 싸움을 마무리하면서 장례를 지내고 싶다”며 “갈 곳 없는 시신들과 막다른 길에 내몰린 우리들이 선택할 수 있는 마지막 길은 시신과 함께 거리로 나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족들이 이처럼 강경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대통령 직접 사과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등 그동안의 요구조건이 전혀 수용되지 않은데다, 병원 장례식장 사용료만 5억원 안팎에 이르는 등 현재 상황을 지속하기가 한계에 도달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정부는 지난 1월20일 용산 참사가 일어난 뒤 범대위 쪽과 공식·비공식적인 대화를 한 차례도 갖지 않았다.
박래군 범대위 공동집행위원장은 “우리는 20일까지 대정부 요구를 단번에 들어달라는 게 아니라 해결을 위한 협상을 시작하자는 것”이라며 “그동안 각계에서 많은 노력을 했지만 모두 허사였던 만큼, 이번이 마지막 경고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범대위는 11일부터 오는 20일까지를 ‘용산 참사 해결을 위한 범국민 추모 주간’으로 정하고, 서울 시내 곳곳에서 추모대회를 이어나갈 계획이다. 범대위는 또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가 열리는 13일, 천 후보자에 대한 내정 철회를 요구하는 기자회견도 열 예정이다. 천 후보자는 용산 참사가 벌어졌을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이 사건의 수사를 지휘했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용산 참사 범대위가 12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순천향대병원에서 기자회견 열어 참사 6개월이 되는 20일까지 범대위 요구안 받아들이지 않으면, 시신 공개하겠다고 선언하는 동안 바로 옆 텅빈 분향소에서 한 관계자가 이를 지켜보고 있다. 이들은 이날 대통령의 직접 사과와 진상 규명을 위한 특검제 도입 등을 요구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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